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제재 조치를 발표한다. 기존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기술 제재에 더해 메모리 반도체 관련 장비를 규제 품목에 포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선 개별 협상의 길을 열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장비가 타깃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이르면 7일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 반입을 어렵게 하는 신규 수출 통제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규 제재는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 이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첨단 장비를 판매하려는 미국 기업들은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관련 장비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는 2020년부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해왔다. 당시 제재 대상은 주로 시스템 반도체였다. 중국이 미사일과 로켓 등 무기 개발에 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중국이 반도체 패권을 가져가면 미국의 완성차 업체와 빅테크 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 대해서도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YMTC는 지난 5월 192단 낸드플래시 시제품을 고객사에 전달해 성능 검사를 마쳤다. 232단 낸드 기술 개발은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K하이닉스는 개별 협상”

美, 반도체 장비 中수출 통제…韓 기업은 개별협상 가능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전체 출하량 중 약 40%를 생산하고 있다. 쑤저우에선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D램의 약 50%를 중국 우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도 중국 다롄에 있다.

이번에 나올 제재에서는 중국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외국 기업도 미국산 장비를 구매하려면 별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삼성전자와 같은 외국 기업에 대한 수출은 건별로 별도 심사를 거칠 예정이며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내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첨단 반도체 양산을 위한 장비를 반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므로 미국 정부와 협상하더라도 물밑 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내 투자 잇따라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누르는 한편 인텔, IBM 등 자국 기업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IBM은 이날 향후 10년간 미국 뉴욕에 총 200억달러(약 28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도 앞서 지난 4일 뉴욕주에 1000억달러(약 142조8000억원)를 투입해 북부 클레이에 대형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의 투자는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산업육성법(CHIPS)’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 법에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520억달러(약 74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7일 미 상무부는 중국 기업 31곳을 수출 통제 대상인 ‘미검증 리스트’에 넣었다고 밝혔다. 미 기업들이 이 리스트에 있는 기업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