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3주 만의 최고가를 찍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이 다음달 하루 200만배럴씩 원유를 감산하기로 결정한 영향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유(WTI) 선물(11월물)은 전 장보다 1.24달러(1.43%) 상승한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부터 3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OPEC+ '日 200만배럴 감산'에 국제유가 3주만 최고가 [오늘의 유가동향]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12월물)도 전 장보다 1.57달러(1.71%) 오른 93.37달러를 기록했다. 역시 3거래일째 오름세다. 장중 배럴당 93.96달러까지 오르며 지난달 15일 이후 3주만의 최고가를 쓰기도 했다.

5일 외신에 따르면 OPEC+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2020년 3월 후 첫 대면 정례회의를 열고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이후 가장 큰 감산 규모다.

그러나 유가 상승폭이 1%대에 그친 것은 전날부터 관련 내용이 알려지며 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기존 원유 감산량 전망치는 하루 50만~150만배럴이었으나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4일 OPEC+ 관계자들이 최대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감산 규모는 이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산유국들이 기존의 원유 생산량 쿼터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8월 OPEC+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목표치보다 358만배럴 낮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OPEC+의 하루 원유 감산량이 실제로는 이전보다 100만배럴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실제 감산폭이 하루 40만~60만배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다만 향후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가 시행되면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확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지난 4일 미 재무부는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이 12월 5일부터 러시아에 대한 단계적 유가상한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 겸 부총리는 이에 대해 “가격상한제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석유 생산을 줄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하는 등 유가를 잡기 위해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OPEC+의 대규모 감산 발표 후 백악관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OPEC+이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을 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결정에 실망했다”고 논평했다.

미 정부는 이번 OPEC+ 감산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달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