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집값 하락과 임대료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주택 매매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이민자 유입이 늘면서 거주 수요가 늘어나서다.

6일 호주 일간지인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부동산 정보업체 프롭트랙이 집계한 지난달 말 호주의 주택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10.3% 올랐다. 프롭트랙이 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도시별로는 브리즈번이 14.1% 올라 임대료 상승폭이 가장 컸다. 애들레이드(12.5%), 시드니(10%), 멜버른(10%) 등이 뒤를 이었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은 수도인 캔버라였다. 이 도시의 주당 임대료는 중위가격 기준으로 600호주달러(약 55만원)을 기록해 다윈, 시드니 등의 550호주달러(약 50만원)를 웃돌았다.

임대 시장은 뜨겁지만 매매 시장은 차갑다. 호주의 주요 부동산 지표인 코어로직 주택가격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월 대비 1.4% 떨어졌다.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시드니는 집값이 전년 동기 대비 4.8% 떨어졌다. 호주 건설업계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AIG 건설지수는 지난달 46.5를 기록해 기준치인 50을 밑돌았다.

주택 가격 하락에도 임대료가 뛰는 이유는 코로나19 유행 완화로 이민자 유입이 늘어난 결과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호주로 들어온 이민자 수는 9만6135명을 기록했다. 통계 집계 이래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캐머런 쿠셔 프롭트랙 리서치 수석 매니저는 “임대 주택 공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민자가 늘면서 당분간은 임대료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