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회원국 산유국 협의체인 OPEC+ 정례 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할 거란 소식이 퍼지자 상승했지만,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유(WTI) 선물(11월물)은 전 장보다 0.37달러(0.46%) 상승한 배럴당 8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달러 이상 치솟던 유가가 내려앉았다. WTI 선물 가격은 지난 23일 경기침체 우려로 4% 이상 하락하며 80달러 밑으로 떨어진 뒤 26일 76.71달러로 올해 1월 이후 저점을 찍었다가 다시 80달러 수준으로 반등했다.
OPEC+ 감산보다 무서운 경기침체…유가 소폭 하락 [오늘의 유가동향]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12월물)은 전 장보다 0.46달러(0.52%) 하락한 88.49달러를 기록했다. 26일 82달러 선까지 내려앉은 뒤 2거래일 연속 반등하다 소폭 하락했다.
OPEC+ 감산보다 무서운 경기침체…유가 소폭 하락 [오늘의 유가동향]
OPEC+가 감산할 거란 소식에 이날 국제 유가가 상승했다. 다음 달 5일 개최하는 정례 회의 앞두고 상승세가 둔화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OPEC+는 다음 회의에서 감산과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원유 상한제를 시행하려 하자 러시아가 OPEC+ 하루 100만배럴 감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번 주 동안 상승세였던 유가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경기침체가 장기간 계속될 거란 전망이 선물 수요를 위축시켰다고 보도했다. 현재 추이가 계속되면 2년 만에 처음으로 전 분기 대비 유가가 하락하게 된다.

불안정한 원유 시장에 감산 소식이 더해져 변동성이 커졌다. 원자재 자문업체 오퍼튠의 라이언 두섹 이사는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으로 원유 수요가 축소되는 가운데 원유 공급에 불확실성이 커져서 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램 수석 애널리스트는 “OPEC+ 관련 정보가 더 명확해지지 않는 이상 다음 주 국제유가도 시소를 타듯 오르내리는 거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OPEC+ 회의를 비롯해 미국에 상륙 중인 허리케인 ‘이언’에도 시장에 불확실성을 증대했다. 이언은 멕시코만에 상륙하면서 하루 약 15만 8000배럴 상당의 원유 생산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수일 내에 생산량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며 허리케인 위협이 줄 거 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强)달러 현상이 둔화하며 유가 급락이 억제됐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장중 114를 웃돌았다가 현재 112를 밑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가 내려가면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구매하는 트레이더들의 가격 부담이 감소해 유가가 상승한다.

로버트 야거 미즈호선물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 공포와 Fed의 통화 긴축으로 위험자산은 대부분 요동쳤지만, 달러 가치가 축소되며 유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