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내려 러시아 예비군 30만명을 징집하기로 한 결과 러시아 경제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따라 러시아의 노동력 부족이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업률이 기록적으로 낮을 만큼 노동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부분 동원령까지 내려지면서 러시아 내 근로자 중 1% 가량이 직장을 떠나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분 동원령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 남성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면서 노동력 부족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을 잃어 소득이 줄어들게 된 러시아 가계는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소피아 도네츠 르네상스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부분 동원령이 소비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는 추가로 0.5%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직원들을 해외로 보내기 위해 전세기까지 동원했다.

기업들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 기업들은 부분 동원령에서 제외되는 산업을 확대해달라고 촉구했다. 동원령 소집장이 사무실로 날아들자 일부 기업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명하기도 했다. 모스크바 대학의 러시아 경제 전문가인 나탈리아 주바레비치는 시골 지역 남성들이 동원될 가능성이 커 결국 농업과 건설 분야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봤다. 그는 전쟁으로 한창 일할 연령의 남성들이 사망하고 부상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또한 국외로 이탈하는 인력 대부분이 고학력자라 러시아의 두뇌 유출 사태도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도 부분 동원령 때문에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충격을 받는 한편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경제 전문가인 알렉산데르 이사코프는 이번 부분 동원령의 여파가 앞으로 5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봤다.


부분 동원령이 러시아 정부의 경제 ‘기대’를 꺾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막심 레세트니코프 러시아 경제부 장관은 이달 초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올해 러시아 경제가 2.9% 역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에 서명하기 전 일이다.

드미트리 폴레보이 로코인베스트 수석전략가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부분 동원령이 러시아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키우고 재정 상황을 위협하는 한편, 기업들의 국영화 가능성 증대와 환율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가 부분 동원령으로 징병되는 예비군 및 가족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공공지출 증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는 소득세를 더 부과해 세수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