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가늠자 역할을 하는 S&P500 지수가 저점에 이르지 못했다는 의견이 월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역대 약세장과 비교하면 지금의 약세장의 주가 하락폭이 충분치 않다는 분석에 근거해서다. 주가 반등에 기대를 거는 ‘저가 매수’ 투자 전략은 91년 만에 최악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 매수’했던 개미들, 오히려 손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년 동안 증시에서 인기를 끌었던 저가 매수 전략이 올해 역효과를 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S&P500 지수는 하루에 1% 이상 하락한 직후 다음 1주일 뒤 평균 1.2%가 추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급락한 주가의 반등을 노려 주식을 매수했다면 오히려 손실을 봤다는 얘기다. 이 하락폭이 1.2%를 기록한 건 1931년 이후 91년 만이다.

올해 저가 매수에 적극적이었던 건 개인투자자였다. 지난 13일 S&P500 지수가 4.3% 하락했을 때 개인투자자들은 이날에만 20억달러 이상의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였다. 올해 두 번째로 많은 투자액이였다. 하지만 1주일 뒤인 20일 이 지수는 2%가 더 떨어졌다.

인기 기술주 ETF로 꼽히는 ‘ARK 혁신 ETF'에서도 저가 매수 전략이 먹혀들지 않았다. 이 지수가 2.7% 급락했던 지난 21일엔 1억9700만달러가 이 펀드에 순유입됐다. 지난 7월 이후 가장 많은 돈이 몰렸지만 그 다음날인 22일 이 지수는 4.3% 하락했다.
지난 23일 기준 올해 S&P500 지수 추이. 자료=마켓워치
지난 23일 기준 올해 S&P500 지수 추이. 자료=마켓워치
주가 저점을 예상해 시세 차익을 노리려는 투자 대신 보다 보수적인 접근법을 택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금융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마이클 애런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금처럼 시장 변동성이 높은 시기엔 배당 수익이 많은 가치주 투자를 고수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가운데 더 위험한 투자처에 돈을 넣을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대 약세장과 비교하면 주가 하락 가능성 높아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의 약세장과 비교한 결과 현재 뉴욕증시가 아직 저점을 찍지 못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웰스파고에 따르면 1945년 이후 S&P500 약세장은 올해를 제외하고 11번 있었다. 평균 약세장 기간은 16개월, 주가 하락폭은 35.1% 였다. 통상 이전 고점 대비 주가가 20%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본다.

지난 23일 S&P500 지수는 3693.23포인트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1월 3일(4796.56포인트) 대비 23% 낮다. 이번 약세장은 기간도, 하락폭도 역대 약세장의 평균치보다는 못 미친다.

미국 투자 자문사인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도 지난 21일 “이전 약세장들과 비교하면 S&P500 지수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 투자업체는 1945년 이후 나타난 약세장 중 S&P500 지수가 전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경우가 3차례 이상 나타난 약세장 5번을 추렸다. 이들 약세장 모두 세 번째 하락 구간에서 앞선 두 번의 하락기보다 지수가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약세장이 세 번째 하락기에 접어든 것으로 봤다. 이 투자업체는 “현재 S&P500 지수는 아직 지난 6월에 기록한 저점 근처를 맴돌고 있다”며 “지수가 더 떨어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끝내기 전까진 증시가 불안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금리 상승으로 국채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주식, 부동산, 회사채와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할 때 잃는 기회비용이 더 늘었다”며 “다음 달 기업들이 발표할 지난 3분기 실적이 저조할 경우 주가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S&P500 지수가 향후 6개월 안에 3150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