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원유 공급 증대 소식이 겹치며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데에 유가 향방이 달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 가격은 배럴당 전날보다 0.73%(62센트)오른 85.73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배럴당 82달러선까지 하락했다 이날 오후께 소폭 상승하며 장마감했다.
원유 시장, 불확실성↑…美 금리 결정 앞두고 숨고르기 [오늘의 유가동향]
유럽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10월물 가격은 이날 92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0.71% 상승했다. 지난 7일 기록했던 배럴당 88달러보다는 가격이 소폭 상승했지만 배럴당 123달러에 육박하던 6월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원유 시장, 불확실성↑…美 금리 결정 앞두고 숨고르기 [오늘의 유가동향]
변동 폭이 크진 않았다. 오는 21일 발표될 미 중앙은행(Fed)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걸 앞두며 관망하는 원유 트레이더들이 늘어나서다. 금리 인상은 물가 부담으로 유가 수요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같은 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국장으로 런던 증시가 휴장하며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원유 공급 확대 정책이 연달아 나왔다. 이날 미 정부가 1000만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SPR)를 추가로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달까지 목표치인 1억 8000만배럴 중 1억 6500만배럴이 출하할 방침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당국은 2025년까지 하루 500만배럴로 증산할 예정이다. 이란도 중국 시장 점유율을 증대하려 원유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다.

원자재조사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이란이 비축한 원유는 약 9300만배럴에 이른다. 중국 정유업체들은 연료 수출 할당량을 1500만t을 추가할 방침이다. 가솔린과 디젤 등 연료 공급이 증대될 수 있는 요인이다.

수요는 축소되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의 여파로 에너지 수요가 대폭 감소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석유 수요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전 분기 대비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정제량도 작년보다 줄어들었다.

유가가 떨어지자 러시아 원유 수요도 줄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러시아의 해상 원유수출량이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저가에 내놓는 원유가 더 이상 아시아 국가들을 유인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한 경기침체 부담도 유가에 영향을 줬다. 국제에너지포럼에 따르면 지난 7월 세계 석유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하루 110만 배럴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여름 더위로 인해 전력 수요가 늘어나 석유 사용량이 증대되는 시기다. 같은 기간 중국의 원유 수입량도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론 유가가 줄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등할 거란 분석이다. 러시아로 인해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 원유 수요가 증대될 것이란 설명이다. 독일 정부는 이를 대비해 러시아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독일과 RN정제&마케팅(RNRM) 등을 직접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내 원유정제 능력의 12%를 담당하고 있는 업체다.

예상만큼 원유 증산이 어려울 거란 전망도 상승 요인 중 하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회원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는 7월에 이어 8월에도 원유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달 원유 생산량은 목표치보다 하루 358만배럴씩 적었다.

공급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각국 중앙은행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유가 추이가 달라질 거란 분석이 나온다. 금리 수준이 원유 수요를 조절하는 변수로 작용해서다. Fed는 21일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한다. 영국, 스위스,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노르웨이, 터키, 이집트, 남아공 등은 22일 인상 여부를 정한다. Fed의 결정에 따라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도 인상 대열에 참여할 거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