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부통령이 가까스로 암살을 모면했다. 용의자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이 불발했다.

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부통령이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자택에서 한 남성에게 총격을 당할 뻔했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이 자택 앞에 세운 차량에서 하차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던 중 한 남성이 나타나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이마를 겨냥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하지만 총알은 나가지 않았고 용의자는 경호원들에 의해 현장 체포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자신을 겨눈 권총을 보자마자 몸을 수그렸다. 당시 100여명의 지지자가 몰리는 바람에 경호원들은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용의자가 사용한 권총은 38구경으로 실탄 5발이 장전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는 35세 브라질 남성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지난해 3월 총기 허가증을 받았다. 지난해에 경찰이 차량 검문을 하던 중 이 용의자의 차량에서 칼을 발견했던 적도 있었다. 경찰은 용의자의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용의자는 평소 프리메이슨, 공산주의, 신비주의 종교 등에 관련한 웹사이트를 자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번 암살 시도를 강력 규탄했다. 알베르트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부통령 지지 행진을 지원하기 위해 2일 휴무를 선언하고 “삶에서 증오와 폭력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룰라 디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 등 중남미 정계의 거물들도 페르난데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2007~2015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맡았던 유력 인사다. 공금 횡령 등의 부패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2일 징역 12년형이 구형됐다. 하지만 면책특권 대상인 상원의장 직을 겸하고 있어 실제 유죄 선고가 나올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검찰 구형이 나온 후 그의 자택 앞엔 최근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수백여명이 몰려 있던 상황이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