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중국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을 격추했다. 경고 사격이 아니라 격추 수준으로 대응 수위를 높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군 진먼방어사령부는 “1일 오후 12시3분(현지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민간용 드론이 진먼다오 부속섬인 스위 인근통제 해역에 들어왔다”며 “대응 절차에 따라 쫓아내려 했지만 이에 불응해 방어 사격을 가해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진먼다오는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 갈등을 상징하는 섬이기도 하다. 중국 푸젠성 샤먼시와 불과 3㎞ 떨어져 있어 대만 섬보다는 중국 본토에 더 가깝다. 하지만 대만은 1949년 국공 내전이 끝난 뒤에도 이 섬을 실효지배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눈엣가시'로 여겨질 수 있는 위치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드론은 군용이 아닌 민간에서 제작된 상용 드론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은 그간 드론 퇴거에 적극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비리비리에 대만군 병사가 중국 드론에 돌을 던져 쫓아내려 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총을 쏴서 드론을 격추해야 했다”는 대만 여론이 거세졌다.

이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달 30일 펑후 섬에 있는 군 기지를 방문해 “적시에 강력 조치로 중국 공산당의 무인기를 제압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저녁에도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 드론 3대가 진먼다오에 들어오자 대만군이 실탄으로 방어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엔 이 드론들이 샤먼시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중국이 민간용 드론을 이용해 이 섬 주변을 분쟁지역으로 만드는 ‘그레이 존’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