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자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부터 원유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한 미국과 대조되는 행보다.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유동성이 줄고 있어 향후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올 3월 국제 유가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하락한 뒤 이달 들어서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배럴당 90달러로 떨어졌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요국 협의체인 OPEC+는 2020년 합의사항대로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려왔다. 지난 7~8월 하루 증산량은 64만8000배럴이었지만 9월 증산량은 하루 10만 배럴로 줄이기로 했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최근 원유 선물 가격이 기본적인 수급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달 OPEC 회의에서 원유 생산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변동성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원유 가격 안정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와 달리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은 증산에 나설 방침이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1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내년부터 미국은 기록적인 원유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하루 1200만 배럴 이하인 원유 생산량을 하루 127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는 하루 1220만 배럴로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보다 늘어난 것이라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