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확산하던 ‘식량 보호주의’가 한풀 꺾이자 ‘에너지 보호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난방을 많이 하는 겨울이 오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테르예 아슬란드 노르웨이 석유에너지장관은 8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국내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수력발전소 수위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 수출량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 최대 전력 수출국이다. 아슬란드 장관은 “가로등이나 산간 지역 등에 대한 전력 배급제를 우선 검토했지만 수출 제한으로 기울었다”며 “다음주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국의 전기 가격이 너무 높다는 여론의 압박 때문에 노르웨이 정부가 사실상 수출을 줄이기로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세계 1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호주도 수출을 줄일 태세다.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내년 동부 해안 지역의 가스 공급량이 56페타줄(약 20만5000t) 부족할 수 있다”며 LNG 수출 제한을 정부에 요청했다. 호주에는 내수 물량이 부족하면 가스 수출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법이 있다. 지난달엔 인도 정부가 자국 우선 공급을 위해 원유 수출에 특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오로라에너지리서치는 “유럽 천연가스 수입의 39%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겨울에 공급을 틀어막으면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며 “각국이 LNG 확보 등 대비에 나서면서 에너지 보호주의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