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재앙' 예언 현실로?…전세계 '공포'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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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대란에 떠는 세계 각국
"서방이 에너지 금수 제재를 계속하면 전 세계적인 대재앙이 시작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TV 연설에서 한 말이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합심해 러시아산 석탄·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그는 "에너지 제재는 결국 서방 국가들에 부메랑으로 돌아가 본인들만 다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르웨이 정부가 8일(현지시간) "수력발전소의 저수지 수위가 계절 평균보다 낮아지면 유럽 시장에 공급하는 전력 수출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최근 여름철 냉방 수요가 폭증하면서 노르웨이 남부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료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내놓은 초강수다.
노르웨이는 프랑스가 탈원전 압박에 분투하는 사이 2020년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 최대 전력 생산 및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노르웨이에서 생산된 전력은 케이블망을 통해 영국을 거쳐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전역에 공급되고 있다. 유럽의 전기를 책임지는 노르웨이의 으름장에 "유럽 국가들이 결국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는 유럽의 최대 가스 수출국이기도 하다. EU는 2021년 기준 천연가스 수입 비중에서 러시아(39%) 다음으로 노르웨이산 천연가스(25%)를 가장 많이 끌어다 쓰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달엔 유전·가스전 노동자들의 파업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유럽향(向) 가스 수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혀 유럽 전역을 공포에 떨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달엔 인도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에 대해 특별 수출세를 부과했다. 인도는 세계 24위 원유 수출국이다. 당시 인도 정부는 "자국 정유사들이 국제 유가 상승세에 편승해 이익을 창출하느라 내수 공급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6월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국내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원유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미국 휘발유값은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하던 시기였다. 바이든 정부는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유럽 등 동맹국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처사"라는 국내외 비판이 거세지자 해당 조치를 거둬들였다. 그러나 미 정부가 1975년 오일파동 당시 도입했다 2015년 전격 해제했던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만으로 글로벌 파장은 심각했다.
LNG는 전통적으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해온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천연가스 수급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유럽이 대체 에너지원으로 LNG 수입을 늘리고 있는 데다, 호주가 LNG 수출량을 조이기 시작하면 에너지 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EU는 지난달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하는 그린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를 최종 통과시켰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석탄과 원유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 소비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늘리는 방안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셰일혁명을 선도했던 체사피크 에너지는 최근 "원유 자산을 버리고 천연가스 생산에 베팅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TV 연설에서 한 말이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합심해 러시아산 석탄·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그는 "에너지 제재는 결국 서방 국가들에 부메랑으로 돌아가 본인들만 다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국 에너지 공급이 최우선
푸틴이 예언한 대재앙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겨울철 난방 수요 폭증을 걱정한 세계 각국이 에너지 수출에 빗장을 걸어잠그면서다. 올해 상반기를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식량 보호주의 움직임이 가라앉자 겨울 한파가 불어닥치기 전 에너지 보호주의에 나서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동했다는 분석이다.노르웨이 정부가 8일(현지시간) "수력발전소의 저수지 수위가 계절 평균보다 낮아지면 유럽 시장에 공급하는 전력 수출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최근 여름철 냉방 수요가 폭증하면서 노르웨이 남부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료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내놓은 초강수다.
노르웨이는 프랑스가 탈원전 압박에 분투하는 사이 2020년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 최대 전력 생산 및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노르웨이에서 생산된 전력은 케이블망을 통해 영국을 거쳐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전역에 공급되고 있다. 유럽의 전기를 책임지는 노르웨이의 으름장에 "유럽 국가들이 결국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는 유럽의 최대 가스 수출국이기도 하다. EU는 2021년 기준 천연가스 수입 비중에서 러시아(39%) 다음으로 노르웨이산 천연가스(25%)를 가장 많이 끌어다 쓰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달엔 유전·가스전 노동자들의 파업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유럽향(向) 가스 수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혀 유럽 전역을 공포에 떨게 만들기도 했다.
○미국마저 동맹국 외면한 채 빗장 거론
세계 각국 정부의 에너지 보호주의 움직임은 올해 6월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전날인 7일(현지시간)엔 호주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내수 공급이 어려워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호주는 지난해 기준 세계 1위 LNG 수출국이다.지난달엔 인도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에 대해 특별 수출세를 부과했다. 인도는 세계 24위 원유 수출국이다. 당시 인도 정부는 "자국 정유사들이 국제 유가 상승세에 편승해 이익을 창출하느라 내수 공급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6월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국내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원유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미국 휘발유값은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하던 시기였다. 바이든 정부는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유럽 등 동맹국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처사"라는 국내외 비판이 거세지자 해당 조치를 거둬들였다. 그러나 미 정부가 1975년 오일파동 당시 도입했다 2015년 전격 해제했던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만으로 글로벌 파장은 심각했다.
○유럽발 천연가스 확보전은 이제 시작
에너지 보호주의 흐름은 글로벌 천연가스 및 LNG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5일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사이의 LNG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LNG는 전통적으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해온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천연가스 수급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유럽이 대체 에너지원으로 LNG 수입을 늘리고 있는 데다, 호주가 LNG 수출량을 조이기 시작하면 에너지 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EU는 지난달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하는 그린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를 최종 통과시켰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석탄과 원유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 소비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늘리는 방안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셰일혁명을 선도했던 체사피크 에너지는 최근 "원유 자산을 버리고 천연가스 생산에 베팅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