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패션 행사 '멧 갈라'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P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패션 행사 '멧 갈라'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P
“머스크가 구글 창업자 부인과 간통했다고?”

지난 한 주 트위터를 비롯한 테슬라 지지 커뮤니티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미국의 유력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4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절친’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의 부인 니콜 섀너핸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WSJ에 따르면 브린과 섀너핸은 부부 간 갈등으로 작년 12월부터 별거에 들어갔습니다. WSJ은 이때부터 머스크와 섀너핸이 부적절한 관계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잘못된 만남’으로 머스크가 올해 초 한 파티에서 브린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고 전했습니다.

머스크는 “이것은 완전 헛소리(This is total bs)”라고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보도 다음 날 트위터로 “세르게이와 나는 친구이고 지난 밤에도 파티에 있었다”며 “니콜을 3년 동안 단 두 번 봤을 뿐 로맨틱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26일엔 브린과 함께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대부분의 미디어는 클릭 수를 극대화하는 기계이며, 나의 이야기는 클릭 수가 많다”고 불륜설을 보도한 WSJ을 공격했습니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오른쪽)와 부인 니콜 섀너핸. 브린은 지난 1월 아내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오른쪽)와 부인 니콜 섀너핸. 브린은 지난 1월 아내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호실적 발표하자마자...” 분노한 주주들

WSJ의 불륜설 보도는 테슬라 지지자들에 큰 혼란을 안겼습니다. 브린은 머스크에게 그저 그런 친구가 아닙니다. 머스크가 “돈 문제로 신경쇠약에 걸릴 것 같았다”고 고백한 최악의 시기 2008년에 개인 돈 50만달러를 내준 적도 있습니다. 어려울 때 ‘진짜 친구’였던 셈입니다. 머스크의 행보에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던 강성 테슬람들조차 상당수 침묵을 유지했습니다. 소위 ‘쉴드 치기엔’ 너무 막장 뉴스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머스크가 불륜설을 부인하자 침묵은 금세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20일 2분기 실적발표를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상하이 공장 봉쇄에도 불구하고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거뒀습니다. 22억6000만 달러(2조9천500억 원).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증가한 ‘깜짝 실적’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40% 가까운 주가 하락을 견뎌야 했던 테슬라 주주들에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실적 발표 다음 날 테슬라 주가는 9% 넘게 급등하며 모처럼 주주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습니다. 지난 5월 이후 무너졌던 ‘팔백슬라’ 고지도 회복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세르게이 브린(왼쪽에서 두번째)와 어제 함께 있었다며 26일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일론 머스크가 세르게이 브린(왼쪽에서 두번째)와 어제 함께 있었다며 26일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테슬라는 공매도 규모 세계 1위 주식”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던가요. 때마침 테슬라가 지난 2년간 전 세계 가장 큰 규모의 공매도가 걸려 있는 주식이라는 뉴스가 나옵니다. (《테슬라 주가 급반등에…“공매도 한 달 새 2조원 날렸다”》 한국경제 25일 자 기사 참조) 금융 데이터 분석 업체 S3파트너스는 지난 21일 보고서를 내고 “테슬라 공매도 세력이 지난 한 달간 15억5000만달러(약 2조원)의 손실을 봤다”며 “공매도 잔량은 185억4000만달러(약 24조2000억원)어치”라고 분석했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자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되사들인 것(쇼트 커버링)입니다.

한 테슬라 주주는 댓글로 “이렇게 많은 공매도가 걸려 있을 줄은 몰랐다”며 “FUD(공포를 주는 불확실한 정보)가 왜 나오는지 알 만도 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와중에 터진 머스크 불륜 뉴스는 공매도에 대한 의심과 분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머스크가 반박한 트윗 글마다 댓글이 수천 개씩 달렸습니다. 대부분 WSJ의 보도를 규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엔 이 보도의 ‘배후세력’으로 공매도 투자자를 겨냥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유명 테슬라 투자자로 28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소여 메리트(Sawyer Merritt)는 지난 25일 트위터를 통해 머스크에게 제안했습니다. “눈부신 실적으로 공매도 세력을 박살 내달라. 2020년은 공매도를 크게 불태웠지만, 바보들은 아직 포기를 모른다” 이에 머스크는 “좋은 지적, 그렇게 하겠다”고 답합니다.

이러한 주주들의 움직임을 비판한 사람도 있습니다. 대표적 테슬라 비관론자인 고든 존슨 GLJ리서치 CEO는 “공매도는 유통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테슬라는 S&P500 상장사 중 공매도 112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또 “공매도를 잡기 위해 온라인에서 공모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존슨의 테슬라 1년 목표 주가는 73달러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동생이자 테슬라 이사회 멤버인 킴벌 머스크.
일론 머스크의 동생이자 테슬라 이사회 멤버인 킴벌 머스크.

‘머스크 동생’ 킴벌이 움직였다

머스크가 공매도를 태우겠다고 약속한 그날. 머스크의 동생이자 테슬라 이사회 멤버인 킴벌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 2만5000주를 한 주당 74.17달러에 매수하는 콜옵션을 행사합니다. 테슬라 전문 매체 테슬라라티(Teslarati)는 킴벌의 콜옵션은 이사회 구성원에게 3년마다 주어지는 보상책이라고 전했습니다. 킴벌은 트위터로 “테슬라는 이제 막 시작됐다”며 “나의 형과 그의 놀라운 팀의 기막힌 다음 10년을 기다릴 수 없다”고 매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과거 킴벌은 테슬라 주가가 단기 고점에 도달할 때마다 팔아치워 ‘고점 판독기’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엔 테슬라 주식을 매수하는 베팅을 한 것입니다. 실제로 테슬라 주가는 지난 한주 10% 가까운 상승을 보였습니다.

머스크의 반박처럼 WSJ이 ‘명백한 오보’를 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WSJ은 아직 기사를 삭제하거나 정정 보도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테슬라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이 불륜 기사의 소스가 공매도 세력에게서 흘러나왔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확실한 것은 ‘공매도 규모 세계 1위 주식’ 테슬라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그 승리는 실적일 수도, 세상을 놀라게 할 기술 혹은 비전일 수도 있습니다. 머스크는 주주들에게 약속한 대로 공매도 세력을 불태울 수 있을까요. 내달 4일 열리는 테슬라 주주총회는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 전망해봅니다.


※갑작스런 머스크 불륜 뉴스로 지난주 예고했던 <인공지능, 그 험난한 여정> 2편은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