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스트코 매장. 사진=AFP
미국 코스트코 매장. 사진=AFP
미국 유통기업 코스트코가 전 세계 매장 푸드코트에서 팔고 있는 핫도그세트(콤보) 가격은 출시된 1985년 이후 37년 동안 1.5달러에 고정돼 있다.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코스트코가 핫도그세트 가격을 올리지 않겠냐는 추측이 일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리처드 갈란티 코스트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1.5달러라는 가격은 처음부터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며 “핫도그세트는 우리에게 상징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코스트코는 핫도그와 탄산음료로 구성된 세트를 1.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 매장에서는 2000원이다. 이 핫도그세트는 세계 833개 매장에서 1억3000만개 팔린다. 월터 크레이그 젤리넥 코스트코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핫도그세트의 가격 인상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WSJ은 코스트코 핫도그세트 가격이 그동안 물가상승률을 반영했다면 4.13달러로 올라야 했다고 계산했다. 현재 가격은 적정 가격의 36% 수준이라는 뜻이다. 코스트코는 인플레이션 여파로 최근 미국에서 탄산음료, 피자 등 일부 푸드코트 판매 품목의 가격을 올렸지만 핫도그세트는 예외로 두었다. 젤리넥 CEO가 2018년 핫도그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짐 시네걸 코스트코 창업자는 “가격을 올린다면 당신을 가만 두지 않겠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코스트코는 핫도그세트의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핫도그 전용 공장을 가동했고 2018년 일리노이주에도 생산기지를 두게 됐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되는 핫도그 수량은 연간 3억개다. 원래는 코셔(유대교 율법을 준수) 쇠고기를 사용한 핫도그를 판매했지만 나중에는 일반 쇠고기 핫도그로 전환했다.

그렇다고 코스트코가 핫도그세트 때문에 손해만 보는 건 아니다. 핫도그세트가 미끼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핫도그세트를 먹으러 온 소비자들이 다른 상품을 두루 구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가격이 매우 저렴한 미끼상품을 활용한 마케팅의 위력이 상당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올해 코스트코가 회비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스트코가 5~6년 주기로 회비를 올려 왔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회비가 조정된 시점은 5년 전인 2017년 6월이었다. 젤리넥 CEO는 이달 초 CNBC와의 인터뷰에서 회원 증가세를 감안할 때 지금은 회비를 인상하기에 적절한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