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성폭행 의혹 장관 경질…하원 과반 실패 후 전열 재정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과거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다미앵 아바드 장애인부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연대와 자립·장애인부 장관으로 장크리스토프 콩브 적십자 총재를 새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경질된 아바드 전 장관은 지난 5월 마크롱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를 함께할 내각 일원이 되고 나서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아바드 전 장관에게 성폭행을 당했거나, 당할 뻔했다고 밝힌 피해자는 최소 3명으로, 그중 1명은 최근 아바드 전 장관을 고소해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아바드 전 장관은 모든 성관계는 상대방 동의 아래 이뤄졌다고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크리술라 자하로풀루 외교부 산하 개발·프랑스어권·국제협력 담당 국무장관은 산부인과 의사 재직 시절 원치 않는 검사로 환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자리를 지켰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함께 일하는 고위 공직자에게 비위 혐의가 있어 사퇴 요구가 나와도 사법 당국에서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될 때까지 신임을 표해왔다.

2017년 시작한 마크롱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때부터 2022년 시작한 두 번째 임기까지 함께 일하고 있는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다르마냉 장관은 2009년 중도 우파 공화당(LR) 전신인 대중운동연합(UMP)에서 법률 담당 당직자로 일하던 시절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2017년 고소당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혐의를 부인해왔고, 여성계를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빗발쳤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끄떡하지 않았다.

검찰은 2020년 재수사 끝에 올해 1월 다르마냉 장관을 기소하지 않고 수사를 종료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밖에도 이번 인사에서 핵심 측근인 클레망 본 외교부 산하 유럽담당 국무장관을 생태전환부 산하 교통담당 국무장관으로 배치했다.

빈자리가 된 유럽담당 국무장관 자리에는 로랑스 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앉혔고, 정부 대변인으로는 올리비에 베랑 전 보건부 장관을 임명했다.

지난달 총선에서 낙선해 공석이 된 생태전환부 장관 자리에는 여당과 연대한 정당 '수평선'(Horizons)을 창당한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의 측근 크리스토프 베슈 루아르 시장을 앉혔다.

여당 르네상스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장·차관들은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협약에 서명했고, 그 결과 생태환경부 장관 등 3명이 사퇴했다.

이번 내각 인선은 6월 12∼19일 치러진 총선에서 르네상스를 주축으로 하는 범여권 '앙상블'이 하원 의석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이후에 이뤄졌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야당 인사를 정부 요직에 임명하는 방안이 정계 안팎에서 꾸준히 거론됐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그 어느 정당도 과반을 점하지 못한 하원에서 법안을 중심으로 협력하겠다며, 야당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통합 정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