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경제성장을 포기하고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 현재의 고(高) 물가를 잡을 수 없다고 26일(현지시간) 경고했다. BIS는 기준금리를 올려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BIS는 이날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지 않을 경우 세계는 1970년대에 경험했던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미 미국 중앙은행(Fed)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 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있지만 이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BIS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실질금리(명목금리에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금리)가 마이너스(-)에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BIS는 “실질금리가 낮으면 인플레이션 위험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연 연 1.5~1.75%지만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스위스 노르웨이 등의 실질금리도 마이너스다. BIS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선진국들의 실질금리는 30년 평균치에 비해 1~6%포인트나 낮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써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임무를 완료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역사적 경험상 중앙은행들이 적절한 시기에 단호하게 나서야 연착륙 가능성이 커진다”고도 말했다. BIS는 1985년~2008년 사이 35개국의 경제상황을 분석한 결과 높은 인플레이션와 낮은 실질금리가 결합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았다고도 설명했다. 현재 세계 경제가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

BIS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협력을 증진하고 자기자본비율 등 국제기준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