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러시아산 금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를 채택할 전망이다. 세계 2위 금 생산국인 러시아의 자금줄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조치로 국제 금값이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G7 정상들이 러시아 금의 금수 제재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G7 정상들은 26일부터 사흘 동안 독일 바이에른주의 엘마우 성에서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G7 정상들은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방안들을 의논할 예정”이라고말했다.

G7 정상들이 러시아 금 수입금지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푸틴 대통령에 경제적 타격을 주기 위해서다. 금은 천연가스, 원유 등 에너지에 이은 러시아의 주요 ‘돈줄’로 꼽힌다. 러시아는 세계 2위 금 생산국이다. 러시아산 금은 세계 전체 생산량의 9.5%(2020년 기준)를 차지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00t 이상의 금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이후 국제시장에서 러시아 금의 유통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에만 러시아 금 150억달러어치를 사들였던 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 금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이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재무부 등과의 금 거래에 관여하는 걸 막는 행정명령에 지난 4월 서명했다. 이에 러시아는 중국, 중동 등에 금 수출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G7의 러시아 금 수입금지 제재가 국제 금 시세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마이크 부트로스 데일리FX 전략가는 “금수 조치로 세계 금 공급량이 다소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 선물 가격은 이달 들어 1% 가량 떨어졌다.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를 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꼽혀온 금 가격이 물가 상승 국면에서도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강(强) 달러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로 안전자산 중에서 금보다 달러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 달러가 강세면 달러로 금을 사야 하는 비(非) 미국인 투자자들에게 금의 실질 가격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금의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최근 금 선물 시세는 트로이온스(약 31.1g) 당 1820~1830달러대로 형성돼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