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맹인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와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며 위협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 전체회의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이 친(親)러시아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공화국(DPR)과 루한스크공화국(LPR)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이 응수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러시아가 DPR과 LPR에서 러시아에 친화적인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토카예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만, 코소보, 남오세티야, 압하지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분면 같은 원칙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준국가 영토’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토카예프 대통령의 답변에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소련이란 무엇인가? 이건 역사상 러시아”라며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의 ‘형제국가’이지만 우크라이나는 동맹국이 아니었다고 압박했다.

카자흐스탄의 한 전문가는 토카예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모욕했기에, 그의 위협은 ‘진짜’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카자흐스탄이 친서방으로 기운다면 러시아가 정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게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카자흐스탄 내 권력 기반이 취약한 토카예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대규모 유혈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토카예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파병을 요청했고, 러시아 공수부대가 포함된 병력이 파견돼 시위를 진압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