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경기침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6일 다우지수는 지난 1월 역대 최고점에서 19% 하락했다.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을 뜻하는 약세장 진입을 앞둔 것. 개인투자자들은 약세장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재무 설계사들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은 우선 ‘패닉 셀링(공포에 질린 매도)’을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경기침체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뒤에 매도하면 손실이 이전보다 불어나기 때문이다. 노던 트러스트 자산운용사의 최고 투자책임자(CIO)인 케이티 닉슨은 “개인투자자들은 경기침체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뒤에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야말로 완벽하게 나쁜 타이밍이다”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하거나, 납입액을 줄이는 것도 피하라고 조언한다. 단기적으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순 있다. 장기적으론 고용주가 납부하는 기여액마저 놓치게 된다는 설명이다. 결정적으론 퇴직연금 등을 중도인출하며 소비행태가 달라진다. 현금이 일시적으로 늘어나 자산이 불어났다는 착각이 커져서다. 지출을 점진적으로 늘리게 된다. 소비 습관이 달라지면 과거로 되돌아가기 어렵다. 약세장이 끝나 퇴직연금에 다시 납입할 여윳돈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데이비드 후베너 재무설계사는 “투자 목표와 자산 배분 현황을 재검토할 시점이다”라며 “개인 자산을 재조정하는 가운데 여윳돈이 있다면 저가 매수를 노리는 게 좋다”고 말한다.

비상금을 부채 상환에 쓰는 것도 금물이라고 제언한다. 금리가 상승해 이자 비용 부담이 늘어나도 비상 용도로 마련한 자금에는 손을 뻗지 말라는 것. 약세장이 언제 끝날 지 누구도 모른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시기에 빌린 부채를 서둘러 갚으려 하면 정작 필요할 때 쓸 여윳돈이 부족해진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저축용 계좌에는 3개월 치의 주거비용을 담아놓으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 침체기에는 신용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금리가 높아지고 자산 가치가 줄어들게 되면 대출금에 비해 담보물의 가치가 하락한다. 개인의 신용이 최후의 담보인데 고용불안정이 증폭되면 이마저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출 계획을 다시 세우는 게 중요하다. 평소 등한시하던 가계부를 다시 들춰볼 시기라는 것. 무작정 절약하라는 건 아니다. 단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의 비중을 늘리고 고정지출을 제거하라는 설명이다. WSJ은 리모델링, 자동차 대출 등 목돈이 들어가는 소비도 당분간 보류하라고 조언한다.

마음을 다잡는 게 핵심이다. 경기침체로 실업 위기가 고조되고 임금상승이 보류되면 비이성적인 행동이 잦아질 수 있다. 웰스파고의 자문 책임자인 마이클 리어쉬는 “투자자들의 우울함이 개인 재정에 관한 비이성적인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