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당초 계획보다 원유 증산량을 50% 더 늘리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심화된 에너지 공급난 해소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OPEC플러스는 오는 7·8월 두 달간 원유를 일일 64만8000배럴 증산하기로 2일(현지시간) 합의했다. OPEC플러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 10개국이 참여하는 회의체다.

이 회의 전엔 OPEC플러스가 일일 43만2000배럴을 증산하는 기존안에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달 24일만 해도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이 “석유는 부족하지 않다”며 “산유국들은 증산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4월 일일 평균 원유 생산량은 OPEC플러스가 제시한 목표치보다 130만배럴이 낮았다. OPEC플러스가 당초 증산을 추진하려 했던 43만2000배럴로는 부족분의 33%밖에 채울 수 없었단 얘기다. 이에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증산량 확대를 요청하기 위해 이달 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합의에서 당초보다 증산량이 늘어난 데에도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석유) 카르텔의 핵심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경제에 침체 위협을 주고 있는 원유 가격 상승세를 잠재우려는 미국의 압력에 고개를 숙였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증산량의 상당 부분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증산 결정이 원유 부족 사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암리타 센 에너지앱섹츠 싱크탱크 공동 설립자는 “이미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초과했기 때문에 실제 생산량 증가량은 일일 56만배럴 수준일 것”이라며 “이 정도의 양은 시장의 부족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