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은퇴한 근로자들이 1년도 안 돼 다시 취업하는 ‘은퇴 취소(un-retirement)’가 늘고 있다. 중장년층들이 우려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됐고, 팬데믹 시대 자산을 끌어올린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다.

26일(현지시간) CNBC는 구인·구직 정보 플랫폼 인디드를 인용해 지난달 은퇴 후 일 년 안에 재취업한 근로자 비율이 3.3%라고 보도했다. 전달인 3월(3.2%)보다 소폭 올랐다. 인원 수로 보면 약 170만명이 은퇴를 취소했다.

미국의 은퇴 후 일 년만의 재취업 비율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2%대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여름부터 반등하고 있다. 인디드에 따르면 이 비율은 지난해 8월 2.4%에서 올해 1월 2.8%까지 올랐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하반기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2020년과 2021년을 ‘대퇴사의 시대’로 부를 만큼 퇴사 및 이직률이 높았던 미국에서 근로자들은 왜 마음을 바꿨을까. CNBC는 첫 번째 이유를 코로나19의 앤데믹(풍토병화)으로 꼽았다. 당시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에 퍼지면서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고,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고령층 근로자들이 대거 퇴사를 했다. 그러나 최근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데다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여기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점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때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뛰었다. 정부가 확장정책을 편 데다 여행 등 대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유한 자금을 투자했다.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채권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주택 가격도 조정받을 테세라는 설명이다.

CNBC는 “다만 경기 침체 가능성 불거지며 노동시장도 냉각되고 있다”며 “현재의 은퇴 취소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