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사칸 경제사회장관 내정자 "경제회복 위해 새 정부 내각 참여"
마르코스 "일할 인물 고르는데 정파 고려 안해"
마르코스, 초대 경제 수장에 '정적' 아키노 시절 관료 기용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 경제 정책 수장에 최대 정적이었던 고(故)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이 중용했던 관료를 지명했다.

25일 필리핀뉴스통신(PNA) 등에 따르면 반독점 기관인 경쟁위원회의 아르세니오 발리사칸 위원장은 최근 마르코스로부터 사회경제기획장관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이를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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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사칸은 아키노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같은 직책을 맡아 경제 정책을 총괄한 인물이다.

아키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0∼2016년 필리핀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 평균 6%를 넘었다.

발리사칸은 "경제 회복에 속도를 내기 위해 새 정부 내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와 민간 부문을 연계해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과 빈곤 및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마르코스는 지난 9일 실시된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뒤 "새 정부에서 일할 인물을 선발하는데 있어서 정파는 고려할 요인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필리핀에서 마르코스와 아키노 가문은 정치적 라이벌이다.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버지는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고(故)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이다.

그는 마르코스의 선친인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통치 시절인 1983년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마치고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직후 군인들에 의해 암살됐다.

이후 아키노 전 상원의원의 사망을 계기로 1986년 필리핀 전역에서 시민들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인 이른바 '피플 파워'(People Power)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결국 권좌에서 물러났다.

아키노의 부인인 코라손은 남편의 후광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돼 지난 1986년부터 1992년까지 필리핀을 통치했다.

아들인 베니그노도 2009년 모친이 암으로 투병하다가 사망하자 다음해 대선에 뒤늦게 뛰어들어 당선돼 2016년까지 필리핀을 통치했다.

한편 다음달 30일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인 마르코스는 현재 팬데믹을 비롯해 인플레이션, 막대한 국가 채무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마르코스는 차기 정부 교육장관에 이번 선거에서 러닝 메이트를 이룬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당선자를, 비서실장에는 빅 로드리게즈를 대변인을 각각 지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