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휩쓴 ‘분유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까지 나섰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분유 생산 및 조달을 지시했습니다. 분유 공급 부족 사태가 두 달째 이어지며 엄마들 사이에 분유 사재기까지 발생하자 정부가 강력 대응을 내놓은 겁니다. 분유 대란 해소에 수 개월이 걸릴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 개입이 어떤 효과를 낼지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18일 CNBC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하고 분유 재료 공급 업체들이 분유 제조사들에게 최우선으로 재료를 공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부 부처들은 해외 분유 수입에 주력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CNBC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 보건인적서비스부와 농업부에 자국의 보건 기준에 부합하는 해외 유아용 분유들을 국방부 항공기로 수송해올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자국 생산량이 회복되기 전까지 수입 분유들을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에 상품 제조와 배분에 관한 폭넓은 권한을 갖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입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당시 전략물자 보급을 위해 마련된 법으로, 정부가 위기 상황에 시장에 적극 개입할 수 있게 했지요.

국방물자생산법은 이후로도 국방이나 에너지, 국토 등 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주로 발동돼 왔습니다. 이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당시 의료 물자 공급을 위해 이 법을 발동하기도 했지요. 국방물자생산법의 발동은 미국의 분유 대란이 그만큼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미국에서 분유 대란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월부터입니다. 미국 최대 분유 제조사인 애보트가 2월 자사 분유 제품의 박테리아 오염 문제로 미시간주 공장을 폐쇄하며 불씨가 붙었습니다. 코로나19 등 대외 환경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막혀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던 상황에서, 시중에 풀리는 분유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진 겁니다.

미국 분유시장은 자급자족에 가깝습니다. CNBC에 따르면 전체 시장 공급량의 98%를 미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요 분유 제조사는 4곳으로 애보트와 네슬레 USA, 미드존슨 뉴트리션, 페리고 등입니다. 이 중 한 곳만 무너져도 당장 공급량이 타격을 받는 구조지요.

무너진 곳은 하필 1위 기업이었습니다. 포춘에 따르면 애보트는 10여년째 미국 분유 시장 점유율 43%를 지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2월부터 문을 닫은 미시간주 공장은 애보트가 미국에 납품하는 분유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중요 시설이었습니다. 단순 셈법으로만 계산하면 한순간에 미국 분유 공급량의 21%가량이 시중에 풀리지 않게 됐다고 볼 수 있겠지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그 결과가 분유 대란입니다. 미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어셈블리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분유 품절율은 43%에 육박합니다. 마트 매대 2곳 중 1곳은 분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외신에서는 1인당 분유 구매량을 제한하는 월마트와 코스트코의 상황, 분유를 사기 위해 네댓 시간을 운전해 원정을 가는 엄마들의 사례가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아픈 아이들을 위한 특수 분유는 더더욱 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미 식품의약국(FDA)도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애보트와 미시간주 공장 재가동 협의에 들어갔고 해외 분유 수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애보트는 “FDA의 승인을 받고 미시간주 공장을 재가동하는 데 2주가량 걸릴 것”이라며 “분유 제품이 전국 매장에 깔리기까지 최대 8주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내 분유 생산량이 회복되기까지 두 달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겁니다.

해외 분유를 수입하기 위한 절차도 쉽지 않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먹는 만큼 원재료 등을 따져 안전성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사 드라우로 하원 세출위원장은 “FDA 내 수입 분유를 관리 감독할 인력이 9명밖에 없다”며 2800만 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최근 제출했습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