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공산당이 은퇴한 간부와 관료들에게 정치와 관련한 부정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입단속에 나섰다. 소셜미디어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일체의 다른 의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공산당 중앙판공청이 지난 15일 '새 시대 은퇴한 간부를 위한 당 건설 작업 강화에 관한 의견(지침)'을 제정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 지침은 공산당원들을 더욱 결속시킬 정치적 지도가 더욱 강화돼야 하고, 간부들의 행동에 대한 감독도 강화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각급 당 위원회와 당 지도부는 은퇴 간부들이 발전을 위한 당 건설 작업에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은퇴한 간부와 당원은 당을 경청하고 따라야 하며 기율을 위반할 경우 엄히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 중앙위원회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논하지 말고,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발언을 퍼트리지 말아야 하며, 불법 사회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말고, 모든 종류의 잘못된 생각에 단호히 반대하고 저항하라"고 요구했다.

중앙판공청 대변인은 "새 규정은 일부 당원이 은퇴한 후 기율을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새 지침은 은퇴한 당원들에게 '시진핑 사상'으로 불리는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관한 시진핑 사상'을 읽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해당 지침을 중국 공산당이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당대회 준비를 가속하는 준비 과정 중 하나로 분석했다. 광둥성의 한 은퇴한 공산당 간부는 SCMP에 "이러한 조치들은 차이샤처럼 일부 은퇴 간부들이 중국을 떠난 뒤 중국을 비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산당 간부 교육기관인 중앙당교 교수 출신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차이샤는 2020년 중국 지도부를 향해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최고 지도자를 교체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당에서 쫓겨났고 연금도 박탈당했다.

광둥성의 은퇴한 간부는 "새로운 지침은 중앙 정책에 대해 논하는 전통이 있는 베이징의 관리들을 주로 겨냥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제 당원은 최고 지도자의 발언만을 공부하고 따를 수 있다. 비판이나 반대는 생각해서 안 되고 의심조차 해서 안 된다. 오로지 복종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