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본격적으로 긴축의 고삐를 당기면서 올 들어 세계 국내총생산(GDP) 절반 규모의 주식과 채권 가치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여파로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글로벌 주식과 채권 시가총액이 38조달러(약 4경8450조원) 감소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작년 말 120조달러였던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이날까지 21조달러가 줄어들어 1년 반 만에 100조달러 선이 무너졌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작년 말 140조달러였던 세계 채권 가치는 123조달러로 17조달러 줄었다.

올해 1~4월 4개월 동안의 시가총액 감소 규모는 15조6000억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11월 18조3000억달러 이후 두 번째로 컸다.

올 들어 4월까지 채권값 하락폭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5월 들어서는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세계 자본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기준금리를 한번에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Fed가 22년 만에 빅스텝을 한 여파로 9일 다우존스지수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10일 장중에는 닛케이225지수가 2개월 만에 26,000선을 밑돌았다.

Fed가 40여 년 만의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은 서둘러 투자자산을 팔아 현금화하고 있다. 9일에는 원유 선물 가격이 폭락했고,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도 작년 말 7만달러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 감소했다. 4월 회사채 발행 규모 역시 2017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