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둥청구의 한 병원에서 10일 한 노인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앞서 혈압을 재고 있다. 사진=XINHUA

중국 베이징 둥청구의 한 병원에서 10일 한 노인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앞서 혈압을 재고 있다. 사진=XINHUA

중국에 우호적인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반면 중국이 보완책 없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종료하면 160만명이 사망할 것이란 연구도 나왔다. 중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코로나 외통수'에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러스의 양태와 지금 우리가 미래에 예상하는 것을 고려할 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전문가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고, 그러한 접근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다른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도 제로 코로나 정책이 사회와 경제, 그리고 인권에 미칠 영향이 고려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 조짐을 보일 때마다 고강도 봉쇄로 대응해 왔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원한 우한과 주변 도시들을 봉쇄한 것은 중국 내에서 확산을 빠르게 통제하는 성과를 냈다.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는 중국이 5191명으로 미국(102만명), 브라질(66만명), 인도(52만명) 등보다 월등히 적다.

하지만 최근 전파력은 강하고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봉쇄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방역 효과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중국처럼 도시 봉쇄를 단행했던 다른 나라들이 '위드 코로나'로 이행하는 상황과도 대비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상하이 푸단대 연구진이 주도하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 '중국에서의 오미크론 변이 모델' 연구 보고서는 중국에서 15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국제학술지 네이처메디신에 10일 올라갔다.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중국의 60세 이상 노령층의 백신 접종률이 너무 낮아 오미크론 변이를 차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4월12일 기준 중국의 18~59세의 백신 2차 접종 완료 비율은 92%에 이르지만 60세 이상은 80%에 그치고 있다. 60세 이상 노령층 가운데 2회 접종을 마치지 않은 인원은 5200만명에 달한다.

보고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구비하는 등 보완 장치들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로 코로나를 해제할 때 5~6월 두 달 동안 발생할 상황을 예상했다. 이에 따르면 두 달 동안 1억1120만명이 감염되고, 510만명이 입원하며, 270만명이 중증에 빠지고, 16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시나리오다. 중증 270만명은 중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집중치료실(ICU) 수용 능력의 15배에 달한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지난 5일 회의에서 '제로 코로나' 기조를 재확인했다. 상무위는 "우리의 방역 정책은 이미 역사적 검증을 거쳤으며, 우리의 방역 조치는 과학적으로 유효하다"며 "우리는 우한보위전에서 승리했고, 또한 반드시 상하이보위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무위는 또 "제로 코로나의 총 방침을 조금의 동요도 없이 견지하고, 우리나라 방역 정책을 왜곡, 의심, 부정하는 일체의 언행과 결연히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방역 정책에 대한 이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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