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구치소에서 벌어진 남성 흉악범과 여성 교도관의 탈주극이 11일 만에 죽음으로 끝맺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로더데일 카운티의 릭 싱글턴 보안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남성 탈옥범 케이시 화이트(38)와 이를 도운 여성 교도관인 비키 화이트(56)가 인디애나주 에번즈빌에서 검거됐다고 발표했다.

보안국에 따르면 둘은 지난달 29일 탈옥한 로더데일 구치소에서 350㎞ 떨어진 에번즈빌에서 차량 도주극을 펼치다 연방 보안국에 붙잡혔다. 연방 보안국은 두 사람이 동승한 차량이 2006년식 포드 픽업트럭이라고 특정하고 추격에 나섰다. 보안국은 시민들의 제보로 소재지를 파악했다. 둘은 ‘AR-15’ 소총과 산탄총 등으로 무장하고 탈주극을 이어갔다.

검거 과정에서 보안관들은 경찰차로 둘이 탑승한 차를 들이받았다. 뒤집힌 차에서 빠져나온 케이시는 경찰에 체포됐고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다. 비키 교도관은 소지한 권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보안국은 사망 경위에 관한 구체적인 사안을 밝히지 않았다. 오는 10일 비키 교도관의 시신을 부검할 방침이다.

케이시는 2016년 살인미수 및 강도 등 7개 혐의로 7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2020년에는 5년 전에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한 뒤 곧장 부인했다. 때문에 로더데일 카운티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남녀는 지난달 29일 오전 케이시가 정신 감정을 받으려 구치소를 나와 외래 병원으로 향한 뒤 행방불명됐다. 실종 직후 흉악범이 교도관을 인질로 삼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동 경로를 훑자 예측이 뒤집혔다. 탈옥한 날 비키 교도관 행적이 납득되지 않아서였다. 탈옥 당일 케이시의 병원 예약은 예고된 적이 없었다. 비키 교도관의 근무일도 아니었다. 비키 교도관이 케이시와 잠적하기 전에 집을 매각하고 퇴직 신청을 하는 등 신변 정리에 나선 것도 확인됐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며 둘이 일반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증거가 쏟아졌다. 죄수와 교도관이란 장벽을 넘어 연인 사이였다는 정황이 잇따라 나타난 것. 비키 교도관이 수년 동안 케이시를 면회한 사실 등이 속속 드러났다. 비키 교도관이 18세 연하 죄수와 사랑에 빠졌다는 추측이 사실이 된 것이다.

싱글턴 보안관은 “비키는 지난 25년간 성실히 근무하면서 인정받는 교도관이었다”며 “하지만 위험한 자를 데리고 혼자 교도소를 나서며 규정을 어겼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