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통신장비 허술…악천후 경고에도 무리한 출항
구명뗏목 없어 탑승자 물속에 방치…저체온증 가능성
[톡톡일본] 홋카이도 유람선 참사를 돌아보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일본 홋카이도 동부의 시레토코 연안에서 지난달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를 돌아본다.

사고 유람선 '가즈원'은 지난달 23일 선장을 포함해 26명을 태우고 시레토코 반도 남부 샤리초의 항구에서 출발한 뒤 3시간여 만에 구조 요청 후 침몰했다.

사고 발생 만 12일을 넘긴 6일 오전까지 탑승자 중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고 생존자 소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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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정보를 종합하면 악천후 속 무리한 출항과 선박 안전을 위한 각종 장비 미비가 중첩하면서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대에는 사고 당일 새벽에 강풍주의보가, 출항 직전인 오전 9시 42분에 파랑주의보가 각각 발령됐다.

같은 지역의 다른 유람선 업자가 가즈원 선장에게 이날 운항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가즈원을 운영하는 유한회사 시레토코유람선의 사장은 '(바다가) 거칠어질 것 같으면 도중에 돌아온다'는 조건이라며 출항을 승인했다고 한다.

가즈원이 구조 요청을 보낼 무렵 일대에는 약 3m 높이의 파도가 친 것으로 파악됐으며 연락이 두절된 유람선은 지난달 29일 수심 약 120m 해저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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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대비가 부족했고 당국의 관리에도 허점이 있었다.

가즈원은 침몰 사흘 전인 지난달 20일 선박안전법에 따라 검사를 받았는데 선장이 통신 수단을 위성전화에서 휴대전화로 변경하겠다고 신청했고 당국이 이를 승인했다.

운항 경로에서 언제든지 통화가 가능한지가 관건인데 확인은 미흡했다.

담당자가 해상에서 통화가 되느냐고 물었고 선장이 "연결되는 전화"라고 답을 해서 변경이 승인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수단으로 등록한 휴대전화는 사고 때 통화권 이탈 상태였다.

결국 해상보안청에 구조요청을 할 때는 승객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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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내 위성전화는 고장 난 상태였고 육지에 있는 사무소의 무선 통신도 끊긴 상태라서 양측의 연락이 원활하지 못했고 결국 구조 착수도 늦어졌다.

실종된 탑승자 중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발견된 이들이 꽤 있었지만 생존하지 못했다.

사고 해역의 수온은 섭씨 약 3도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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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들은 급격한 저체온증을 겪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한 일본의 선박 규제에서 허점이 보인다.

선박안전법에 따라 소형 선박의 안전 지침을 세부적으로 규정한 소형선박안전규정을 보면 총톤수 20t 미만이고 연해 구역을 운항하는 소형선박의 경우 침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탑승객이 구조될 때까지 물에 젖지 않고 해상에 머물 수 있는 구명 장비를 갖출 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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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젖지 않고 해상에 머무는 장비로는 '구명뗏목'이 있는데 구명뗏목을 반드시 비치할 필요는 없고 '구명부기'(浮器)로 대신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구명뗏목은 원형 고무보트에 천막 지붕을 설치한 것 같은 디자인이라서 기본적으로는 내부에 물이 들어오지 않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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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구명부기는 널찍한 판형 구조물이다.

테두리에 설치된 줄에 매달리도록 설계돼 있으므로 조난자는 몸의 절반 정도를 바닷물에 담근 채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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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재단법인 일본 해기(海技)진흥센터가 제작한 '선원의 저체온증 대책 가이드북'에 의하면 수온이 0∼5도인 경우 물에 빠진 지 15∼30분 사이에 의식 불명에 빠지며, 생존 시간은 30∼90분에 불과하다.

가즈원은 총톤수가 19t이고, 연해 구역을 운행하므로 구명뗏목이 필수가 아니었고 구명부기가 설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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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박 법규를 살펴봤더니 연해구역에서 운행하는 모든 선박이 전체 탑승자가 쓸 수 있는 구명뗏목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선박안전법에 따라 안전장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선박구명설비기준을 보면 '연해구역을 항해구역으로 하는 제2종선(국내 여객선)'의 경우 모든 탑승자를 수용할 만큼의 구명정이나 구명뗏목을 비치하도록 하고 있으나 예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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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해안선에서 1마일 이내 수역에서 항해하고 출발항에서 2시간 이내에 왕복할 수 있는 거리를 운항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여객선이면 탑승 정원의 80%에 대해서는 구명뗏목을 구명부기 혹은 구명부환(도넛 모양의 1인용 구명 장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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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해수 온도, 운항 조건, 통신망, 해난 구조 체계, 선박 업계 상황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이웃 나라의 참사를 계기로 선박 관리 체계나 해양 사고 대비 시스템에 빈틈이 없는지 전문가들이 점검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