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對)중국 천연가스 수출이 올 들어 60% 급증했다. 러시아 천연가스의 큰손이었던 유럽연합(EU)은 올해 안에 러시아 의존도를 3분의 1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올 1~4월 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의 옛 소련 이외 지역으로의 수출이 같은 기간 27% 줄어든 가운데 중국이 수입량을 크게 늘린 것이다. 가스프롬의 1~4월 전체 생산량은 1754억㎥로 2.5% 감소했다.

러시아는 2019년부터 가동 중인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통해 중국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총수출량은 165억㎥다. 이 가운데 시베리아의 힘을 통한 수출은 2020년 41억㎥에서 지난해 100억㎥로 늘었다. 최종 설비까지 완공되는 2025년에는 연 380억㎥의 가스를 이송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1175억달러 규모의 자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 안에는 2026년부터 가동 예정인 연 100억㎥ 규모의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도 포함돼 있다.

러시아는 유럽 수출 감소분을 중국에서 보충하겠다는 전략이다. ‘2060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천연가스 소비와 수입을 계속 늘리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전체 가스 소비량은 3725억㎥였으며 그중 수입은 1675억㎥였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를 올해 안에 3분의 2가량 줄이는 내용의 문건을 이달 채택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EU는 올해 기존 계약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공급자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LNG 수입을 500억㎥ 늘리고, 러시아 외 국가로부터의 파이프라인 가스 수입을 100억㎥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국으로부터 올해 150억㎥의 LNG를 추가로 수입하고 2030년까지 매년 500억㎥를 들여오기로 했다.

러시아도 맞불을 놨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산 제품과 원자재 수출을 금지하는 보복 제재 성격의 특별 경제 조치를 적용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제재 대상인 외국 기업 및 개인과의 무역·금융 거래를 금지하고, 제재 대상과 체결한 거래 내용을 이행하는 것도 막기로 했다.

구체적인 제재 대상은 10일 내 러시아 정부가 확정해야 한다. 크렘린궁이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행동을 한 특정 국가나 국제기관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힌 만큼 미국과 유럽 등 대러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