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사진=한경DB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사진=한경DB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2분기(-32.9%)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와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급브레이크 걸린 美 경제

미국 상무부는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1.4%(연율 기준 속보치)를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취합한 전문가 전망치(1.0%)를 크게 밑돈 수치다. 이로써 미국 경제는 6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4분기에 6.9%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미국 기업의 투자 둔화와 정부의 지출 감소, 무역 적자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연율은 현재 분기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해 환산한 수치다. 미국 성장률은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세 차례 나눠 발표하는데 이날 발표된 수치는 속보치다.

앞서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은 잇달아 전망치를 하향하며 미국 GDP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JP모간은 전망치를 1.1%에서 0.7%로, 골드만삭스는 1.5%에서 1.3%로 하향했다. 가장 비관적으로 예측한 바클레이즈도 0.5%로 예측했다.

CNBC방송은 “연초에 오미크론 감염이 증가하면서 경제 활동이 전면적으로 위축됐고 40여 년 만에 최고치에 달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위기가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하며 198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도한 긴축, 심각한 침체 부를 것”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되면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낮은 데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 소비자 지출 등 경제 상태를 진단하는 지표들이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2.5%에서 올 1분기 2.7%로 높아졌다. 같은 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지난 17~23일 18만 건으로 집계됐다. 전주(18만5000건)보다 줄었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연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전주보다 1000건 감소한 140만8000건으로 1970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미국의 실업률을 가늠하는 지표다.

이언 셰퍼드슨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경고가 아닌 ‘소음’에 불과하다”며 “도소매 업자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소비재 수입이 급증해 순무역이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현상은 곧 끝날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수입이 줄어들어 2분기와 3분기에는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움직임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Fed가 물가를 잡으려고 예상보다 과도한 긴축에 나서면 2023년 말과 2024년 초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미국이 3.7%로 독일(2.1%) 일본(2.4%) 한국(2.5%)을 크게 앞선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