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을 직접 만나 투자 조언 등을 들을 수 있는 ‘버핏과의 점심’ 경매가 올해 마지막을 맞는다. 버핏과 점심식사를 할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경매 낙찰가가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지원단체인 글라이드는 ‘버핏과의 점심’을 6월 경매에 부친다고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글라이드는 2000년 시작된 ‘버핏과의 점심’ 경매가 이번을 끝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이던 2020년과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 행사를 해왔으며 수익금을 글라이드에 기부해왔다. 지금까지 누적 기부금은 3400만달러다.

‘버핏과의 점심’ 경매는 6월 12일부터 17일까지 이베이에서 진행된다. 경매 낙찰자는 뉴욕 맨해튼의 유명 스테이크 전문점인 ‘스미스 앤드 월런스키’에서 버핏과 식사하며 대화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는 버핏의 주식 매도·매수 시점을 제외한 모든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번을 끝으로 더 이상 없는 기회인 만큼 낙찰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버핏을 추앙하는 투자자들이 그를 직접 만나 대화할 기회를 얻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낙찰가는 계속 상승해왔다. 지금까지 최고 낙찰가는 중국 암호화폐 기업가인 쑨위천이 낸 456만7888달러(약 57억원)였다. ‘버핏과의 점심’ 낙찰가는 2001년만 해도 2만달러가량이었지만 싱가포르와 중국 부호들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거의 매년 최고가를 새로 써왔다.

버핏과의 만남을 통해 거액이 아깝지 않을 만큼 통찰을 얻고 기회를 거머쥔 이들도 많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은행가로 일했던 가이 스파이어는 2007년 65만달러를 들여 동행인 두 명과 함께 버핏과 점심식사를 한 뒤 “버핏을 만난 이후 근시안에서 벗어나 가치투자자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스파이어는 버핏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라는 책을 냈다.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테드 웨슐러는 2011년부터 2년 연속으로 버핏과의 점심에 500만달러 이상을 쏟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핏은 그를 벅셔해서웨이의 투자 담당자로 고용했다. 글라이드는 ‘버핏과의 점심’ 경매를 중단하게 된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