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결선에서 5년만에 재대결…반극우 대 반마크롱 결전
1차 투표에서 3위 차지한 좌파 후보 지지층 향배에 촉각
[프랑스 대선] 마크롱 vs 르펜…부동층 표심은 누구에게
프랑스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1차 투표에서 만약 '기권'이 후보였다면 연임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제치고 1위를 했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 유권자로 등록한 4천875만 명 중 지난 10일 1차 투표 당일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는 1천282만 명으로 마크롱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 978만 명보다 30%가량 많다.

이들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고 1, 2위로 결선에 진출한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엘리제궁에 수월하게 입성하려면 필요한 유권자다.

마크롱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득표율 27.85%, 르펜 후보는 득표율 23.15%를 확보해 결선행 티켓을 거머쥐었으며, 24일(현지시간)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대결을 펼친다.

결선 진출이 확정되고 나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는 지난 2주 동안 프랑스 방방곡곡을 훑으며 기권한 유권자들과 낙선한 후보를 뽑은 유권자들을 흡수하는 데 열을 올려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극우 대통령을 배출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고, 르펜 후보는 치솟는 물가와 분열된 사회 등을 이유로 마크롱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을 파고들었다.

[프랑스 대선] 마크롱 vs 르펜…부동층 표심은 누구에게
이번 결선의 승패는 지난 1차 투표에서 21.95%의 득표율로 3위에 오른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를 뽑았던 유권자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멜랑숑 후보와 르펜 후보의 득표율은 1.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42만 표가 모자란 것인데, 만약 좌파 진영에서 대선 후보를 단일화했다면 결선 대진표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좌파 진영에서는 야니크 자도 녹색당(EELV) 후보가 163만 표(득표율 4.63%), 파비앵 루셀 프랑스공산당(PCF) 후보가 80만 표(2.28%), 안 이달고 사회당(PS) 후보는 62만 표(1.75%)를 확보했다.

멜랑숑 후보는 2017년 대선 1차 투표에서 낙선했을 때 결선에서 누구를 뽑겠다거나, 뽑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르펜 후보에게 단 한 표도 내어줘서는 안 된다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멜랑숑 후보 지지자들이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르펜 후보를 뽑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파 진영에서 환영하는 정책을 주로 펼치는 마크롱 대통령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이에 따라 멜랑숑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좌파 진영 유권자들은 이번 결선에서 투표하러 가지 않거나, 투표장에 가더라도 백지 표를 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큰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LFI가 결선을 앞두고 당원 21만5천 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은 33.40%에 불과했다.

투표장에 가되 무효표를 내겠다는 응답이 37.65%로 가장 많았고, 기권하겠다는 응답도 28.96%를 차지했다.

르펜 후보는 선택지에 아예 없었다.

만약 투표율이 낮거나, 무효표가 많이 나온다면 좌파 진영의 표를 흡수해야 하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르펜 후보의 지지층은 마크롱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선] 마크롱 vs 르펜…부동층 표심은 누구에게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것은 우파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다.

1차 투표에서 5%의 득표율도 확보하지 못하며 초라한 성적을 거둔 우파(LR) 공화당은 결선에서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를 두고 갈라졌다.

공화당 후보였던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는 극우의 집권을 막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말했으나, 후보 자리를 두고 끝까지 경쟁했던 에릭 시오티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을 뽑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공화당에서 '대부' 역할을 해왔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자, 공화당은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여당 전진하는공화국(LREM)과 연대는 없다고 못 박으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프랑스에서 극우 성향의 대통령만큼은 안 된다는 기치 아래 정치 이념과 상관없이 단일 대오를 형성해온 '공화국 전선'이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공화국 전선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2002년 르펜 후보의 아버지이자 원조 극우의 아이콘인 장마리 르펜이 결선에 진출했을 때 좌우가 힘을 합쳐 극우의 집권을 저지했다.

우파를 대표했던 시라크 전 대통령은 득표율 82.2%로 프랑스 대선에 결선 투표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큰 차이로 압승을 거두며 공화국 전선의 위력을 보여줬다.

2017년 대선 결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가 붙었을 때도 득표율 차이가 32.2%포인트로 컸지만, 2002년과 비교하면 공화국 전선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때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낳았던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후보는 득표율 7.07%로 1차 투표에서 4위에 그쳤고, 패배 직후 르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