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24일 브뤼셀서 푸틴 요구 들어주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빅 이벤트'가 막을 내렸습니다. 그냥 끝났다는 안도감이 자축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한국의 대선 정국이 일단락됐고 미국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도 시장에서 그럭저럭 소화가 됐습니다.

우려했던 '파월 리스크'와 '푸틴 리스크'는 크지 않았습니다. 불확실성을 해소한 뉴욕증시는 백신을 만난 것처럼 16개월 만의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역시 지나고 나면 모든 게 호재가 됩니다.

이번 주는 '파티 후 증후군'의 대표적 증상인 허탈함을 달래고 대형 이벤트에 가려졌던 재료들을 꼼꼼히 챙겨볼 시기입니다.
美·유럽, 24일 브뤼셀서 푸틴 요구 들어주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모든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가 "경기 침체는 없다"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한 마디에 묻혔는데 이번 주에도 그럴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파월 의장을 비롯 Fed 인사들이 매일 3~4명씩 등판합니다. 긴축과 스태그플레이션 관련 얘기로 '매파 경연대회'를 할텐데 발언 수위에 따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매파 정책으로 미국을 놀라게 한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21일(현지시간)에 연설을 합니다.

'푸틴 발 리스크'는 말 그대로 교착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 협상이 돌아가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무력 충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단 러시아 디폴트는 간신히 넘어갔어도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국가 부도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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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참석해 더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해 각각 어떤 당근과 채찍을 추가로 줄 지가 관심입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제재에 대해 논의를 한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금지 명문화'나 '러시아에 대한 조건부 제재 완화' 같은 양국의 휴전을 유도하는 '깜짝 카드'를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 진척 정도와 이란 핵협상 타결 여부는 변함 없는 메가톤급 변수입니다. 긴축 정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영국의 인플레이션 수치(23일)도 관심사입니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마다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 등으로 알짜 정보를 전해주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을 통해 찾아뵙고 있습니다.

공수 바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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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동시다발적인 점령이 불가능하고 판단한 뒤엔 전열을 가다듬어 각 도시 공격 수준을 세 단계 정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장악하거나 장악 진전인 남동부 도시, 집중 공격 중인 주요 거점 도시, 공격을 시작한 도시 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친러시아 세력이 몰려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가 점령 지역의 대표적인 곳입니다. 러시아는 이 곳을 거점으로 해서 계속 남서쪽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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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손과 멜리토폴, 자포리자를 장악한 뒤 마리우폴에 총공세를 가하고 있습니다. 마리우폴이 완전히 함락되면 우크라이나 동부인 루한스크부터 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마리우폴까지 크름반도 위쪽으로 남쪽 지역을 손에 넣게 됩니다.

그리고 키이우와 하르키우, 미콜라이우 등 각 지역의 거점도시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서쪽 르비우와 남쪽 오데사에 대한 공세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푸틴 발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러시아가 공격하고 우크라이나가 방어하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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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엔 그 양상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지역에선 우크라이나가 탈환 작전을 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외국의 지원을 받아 새롭게 편성된 예비대인 지 불분명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배경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점령했다 해도 전쟁은 완전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반() 푸틴 여론 속 다른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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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살인자와 전범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 군사 작전'이라 칭하고 그 명분을 '탈군사화'와 '탈나치화'에서 찾고 있지만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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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크름(크림)반도 병합 8주년 기념 콘서트에서도 푸틴의 장광설은 이어졌습니다. 검은 롱패딩 차림을 한 그는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 주민들에 대한 '대량학살'(제노사이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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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이 학살의 주체로 지목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세력인 아조프 연대입니다. 정확히는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소속 특수부대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직접 친러 분리주의자들과 맞서기엔 역부족으로 보고 아조프 연대에 의존해왔습니다. 부대원은 약 900여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장성을 사살하고 마리우폴을 보호하는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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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의 시작은 신나치주의와 연관돼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조프 연대의 전신인 ‘패트리엇 오브 우크라이나’와 ‘사회국가회의(SNA)’는 외국인 혐오를 강조했습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약탈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돈바스 지역의 수감자들을 성폭행하고 고문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美·유럽, 24일 브뤼셀서 푸틴 요구 들어주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반 러시아 여론 일색인 언론 보도 속에서 이런 부분을 인도나 중동 언론 등이 많이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정부도 인권을 유린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옛 소련 몰락 후 국민투표에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도 러시아로부터 독립에 대해 80% 이상이 찬성했습니다.

러시아는 또 서방 국가들이 민스크 협정을 지키지 않아 전쟁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민스크 협정은 2014년 9월 5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 루한스크 인민 공화국 사이에 서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정전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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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러시아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협정)를 위반했습니다. 1994년 12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미국·영국·러시아와 옛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대표가 체결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3국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 등이 경제 지원과 안전 보장을 해준다는 '핵과 평화의 교환'이었지만 평화는 없었습니다.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서명 당사국들이 이를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6조)이 있었을 뿐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푸틴은 민스크 협정 위반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르사이유 조약을 명분 삼아 히틀러의 폴란드 침략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처럼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명분으로 푸틴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을 끝내려면 내키지 않아도 푸틴에게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부분적으로 이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포기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푸틴은 더 많은 걸 요구하고 있습니다.

'탈군사화'와 '탈나치화'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무장 해제와 친러정권 수립니다. 이 문제를 두고 이번 주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휴전협상을 벌일 예정입니다. 전선 상황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어 양측의 무력충돌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금리 50bp 인상에 스태그플레이션 발언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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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엔 '빅 이벤트'가 없는 대신 '빅 마우스'의 향연이 이어집니다. '블랙 아웃'이라는 출연금지가 해제된 Fed 인사들이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발언을 할 예정입니다.

주초부터 파월 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브랜드 연은 총재 등이 겹치기 출연합니다.

구체적인 연설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날짜(미국시간) 연설자
21일(월)
제롬 파월 Fed 의장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
22일(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브랜드 연은 총재
23일(수)
제롬 파월 Fed 의장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24일(목)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린타 연은 총재
25일(금)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이들 중 일부는 '5월 긴축'을 강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 FOMC에서 기준금리 50bp를 올려야 한다거나 5월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레드라인으로 정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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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지난 16일 FOMC 정례회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은 특별히 높지 않다"면서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고 긴축 통화정책을 잘 견뎌낼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통화정책이 덜 완화적인 상황에서도 분명히 경제는 번영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Fed 인사들이 경기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 주가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바이든, 유럽에서 깜짝 카드 내놓나
유럽에서도 말의 향연은 이어집니다. 라가르드 ECB 총재가 21일에 공개석상에서 긴축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있습니다.
美·유럽, 24일 브뤼셀서 푸틴 요구 들어주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바이든 대통령과 EU 정상들이 24~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NATO 정상회의와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놓고 논의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처음 유럽에 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 지 주목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이전 정상회의보다는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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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표 중에선 23일에 나올 영국 2월 물가상승률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6% 안팎인 전망치보다 높을 지 지켜봐야 합니다. 영국은 4월이면 물가상승률이 8%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회 연속 금리를 올렸습니다.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24일에 나올 미국과 유로존의 3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살펴봐야 합니다.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기업들의 경기판단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 일을 겪은 후엔 피로감과 허탈함이 밀려오기 마련입니다. 얼마나 빨리 '파티 후 증후군'을 극복하고 일상에 복귀하느냐가 관건입니다. NATO 정상회의나 파월의 연설에서 호재가 들려오면 복귀가 더 순탄할 수 있습니다. "뉴욕 증시가 바닥을 다졌다"는 JP모간의 분석처럼 내 주식도 상승 모멘텀을 마련해 연착륙하길 기원해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