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이 사우디아라비아와 90억달러(약 11조1700억원) 규모의 공장 건설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기지 다각화를 원하는 폭스콘과 탈(脫)석유 시대를 대비하려는 사우디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정부가 폭스콘의 공장 건설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폭스콘은 마이크로칩, 전기자동차 부품, 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사우디 정부가 사막에 건설 중인 신도시 ‘네옴’에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폭스콘은 자금 지원, 세금 혜택, 전력과 수도 부문 보조금 등 대규모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는 지분 투자, 저이자 대출, 수출신용 등 여러 혜택을 폭스콘에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대신 폭스콘의 네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 3분의 2 이상을 폭스콘의 기존 생산·공급망에서 소화해 주는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폭스콘은 생산제품 및 생산기지의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미·중 갈등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국가에 생산기지를 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폭스콘은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사우디 건과 비슷한 제안을 했다. 폭스콘은 또 애플 아이폰의 수탁생산자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폭스콘은 스텔란티스, 피스커 등 자동차 기업과 손잡았고 대만 반도체 기업 마크로닉스의 생산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사우디가 폭스콘의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이유는 탈석유 경제 준비 때문이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원유 중심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수단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투자활동이다. PIF는 2019년 미국 전기차 기업 루시드에 투자했고 루시드의 생산공장을 사우디에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