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 전자기업 소니그룹과 2위 자동차 회사인 혼다가 올해 안에 전기자동차 전문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 강점을 지닌 전자기업과 차량 양산 노하우 및 글로벌 판매망을 보유한 자동차 기업이 결합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와 혼다는 올해 전기차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회사를 공동으로 세워 2025년 첫 번째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날 밝혔다. 합작회사의 출자 비율과 사명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합작회사는 전기차 기획부터 설계 및 개발,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양측은 “기존 발상에 얽매이지 않고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와 사후서비스(AS)는 혼다의 생산 공장과 영업망을 활용하기로 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혼다와는 전혀 다른 사업체로 운영할 것”이라며 “(고객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소니는 지난달 4일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전기차 진출을 공식화했다. 혼다와의 제휴를 통해 약점으로 지적됐던 양산 능력 부족을 단숨에 해결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소니는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센서와 통신기술, 차내에서 즐기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나카니시 다카키 나카니시자동차산업리서치 대표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원하는 혼다와 자동차를 엔터테인먼트와 서비스 제공 플랫폼으로 인식하는 소니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고 풀이했다.

합작사 설립은 미베 사장이 작년 말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사장에게 처음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두 사장은 이달 초까지 다섯 차례 이상 만나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베 사장은 “마을 공장으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두 회사는 세계를 시야에 두고 독창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사풍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역시 혼다 소이치로 혼다 창업자와 이부카 마사루 소니 창업자의 40년 우정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기존 완성차 업체와 스타트업이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얼마나 수익성을 낼 수 있느냐가 소니·혼다 합작사의 첫 번째 과제로 분석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모터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업체와 반도체 메이커, 정보기술(IT) 기업의 수평분업 체계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