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다. 유엔총회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됐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인들의 암호화폐 매입을 차단해 돈줄을 더욱 강하게 죈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러시아 ‘하늘길’에 이어 ‘바닷길’까지 막겠다는 구상이다.

◆똘똘 뭉친 유엔

유엔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러시아 벨라루스 북한 에리트레아 시리아 등 5개국뿐이다.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인 중국 인도 이란 등은 기권 표를 던졌다.

결의안에는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영토 보전에 대한 약속 재확인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무력 사용 즉각 중단 요구 △벨라루스의 불법 무력 사용에 대한 개탄 등이 명시됐다.

유엔총회에서 이번 결의안과 같은 중요 안건은 193개 회원국 중 표결 참가국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채택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140개국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러시아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느끼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암호화폐 거래도 차단

러시아를 겨냥한 금융 제재는 암호화폐로 확대되고 있다. G7은 러시아 개인과 기업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추가 제재안에 암호화폐 관련 조치를 포함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인들은 암호화폐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루블화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량은 지난달 25일 15억루블(약 190억원)로 급증해 지난해 5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돈줄을 죄는 금융 제재가 쏟아지면서 루블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고 러시아 국가신용등급도 추락했다. 무디스는 러시아 등급을 ‘Baa3’에서 ‘B3’, 피치는 ‘BBB’에서 ‘B’로 여섯 계단이나 한꺼번에 낮추며 투기등급으로 내려앉혔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이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러시아를 투기등급으로 강등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는 오는 12일부터 러시아 은행 7곳과 러시아 내 자회사를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SWIFT는 200여 개국 1만1000개 은행을 연결하는 국제 통신망이다. 여기서 배제된 은행은 국제 금융시장 접근이 극도로 제한된다.

◆고립된 러시아

러시아의 바닷길을 막는 국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캐나다에 이어 미국이 러시아 선박의 입항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캐나다는 러시아 선박이 캐나다 영해와 항구에 진입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미국의 제재는 상징적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아 상선이 미국 전체 화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도 안 되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군 지원의 핵심 수입원인 러시아 정유사를 대상으로 원유 및 가스 추출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도 고려하고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미국은 이날부터 러시아 국적기의 미국 영공 진입을 금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조치로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