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럽연합(EU) 등과 보조를 맞춰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비행을 금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대(對)러시아 제재 범위를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는 전세를 뒤집기 위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의 모든 항공편을 차단해 러시아를 더 고립시키고 러시아 경제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독재자들이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때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배웠다”며 “이제 자유 세계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EU 등과 함께 한국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폭력적 정권에서 수십억달러를 축재해온 러시아 재벌과 부패한 지도자들에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한다”며 “미 법무부에 이들의 범죄를 전담해 수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직후 미국 연방항공청은 2일부터 러시아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미국 영공 비행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EU와 캐나다도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접근을 막았다. 다음날 러시아는 맞대응으로 EU와 영국, 캐나다 등 36개국 항공사의 자국 하늘길 운항을 차단했다. 러시아는 미국에도 비슷한 조치를 할 전망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치솟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날 배럴당 8%(7.69달러) 급등한 103.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이날 화상회의를 열어 유가 안정을 위해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IEA가 비상 비축유를 푼 것은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이번 방출량은 400만~500만 배럴인 러시아 하루 원유 수출량의 15배에 달한다. 전체 물량의 절반은 미국에서 나오며 상황에 따라 추가 방출도 검토하기로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