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 부자들의 자산이 올해 들어 320억 달러(약 38조2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지면서 이들이 가진 러시아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들의 자산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500대 부자 자산을 추적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포함된 러시아 부자 23명의 자산은 올해에만 320억 달러 줄었다. 이들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3750억 달러였지만 이날 기준 3430억 달러까지 내려갔다.

러시아 최고 부자는 '석유황제' 게나디 팀첸코다. 1990년대 초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한 팀첸코는 푸틴의 후원자이자 최측근으로 꼽힌다. 푸틴의 유도 친구다.

올해 들어 자산의 3분의 1이 사라진 그는 160억 달러 규모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텍, 석유화학기업 시부르 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뒤 미국이 경제제재를 준비하던 때 석유 기업인 군보르그룹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레오니드 미켈슨 노바텍 회장 자산도 올해 62억 달러 줄었다. 러시아 석유 기업인 루크오일의 바지트 알렉페로프 사장도 자산이 35억 달러 감소했다. 그가 보유한 루크오일의 주가는 올해에만 17% 하락했다.

이들 중 일부는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 명단에도 포함됐다. 영국 정부는 팀첸코와 보리스 로텐베르그, 이고르 로텐베르그 등의 영국 여행을 금지하고 영국 내 자산도 동결했다. 이고르의 아버지는 푸틴의 유도 훈련파트너로 알려진 보리스 로텐베르그다. 러시아 SMP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