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풍력발전 기업들은 힘든 한 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물류망이 멈추면서 생산 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석탄 기업들은 활짝 웃었다. 에너지난 때문에 반짝 수요가 몰리면서다.
부품 받는데 1년…유럽 풍력기업 '실적 쇼크'

○효율은 떨어지고 비용은 늘어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세계 3대 풍력발전 기업인 베스타스 지멘스가메사 오스테드의 기업가치는 580억달러(약 69조4000억원) 넘게 줄었다. 풍력터빈 제조사의 이익은 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럽에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발전 효율이 떨어졌다. 에너지 비용 변동성이 높아지자 새 터빈 계약을 미루는 사례도 늘었다.

세계 최대 풍력터빈 제조사인 덴마크 베스타스 주가는 1년 새 34% 하락했다. 독일 풍력터빈 제조업체 지멘스가메사와 덴마크 풍력에너지 기업 오스테드의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49%, 33% 떨어졌다. 션 매클로플린 HSBC 연구원은 “최근 20년 중 풍력터빈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최악이었던 한 해”라고 평가했다.

팬데믹 후 무너진 공급망은 풍력발전 기업들의 성장세를 꺾었다. 100t에 달하는 터빈 한 개를 제작하기 위해선 세계 각지에서 조달한 수천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강철 구리 등 금속 원자재와 희토류도 쓰인다. 작은 소재 하나만 부족해도 업계 전반엔 ‘퍼펙트스톰’이 몰아친다. 완제품 생산 일정이 지연돼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위약금 부담이 급증한다. 최근엔 일부 터빈용 부품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이 5주에서 50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벤 백웰 글로벌풍력발전위원회 대표는 “2020년 이후 화물 비용이 6배 증가하고 철강과 구리 가격은 각각 50%, 60% 올랐다”고 했다.

○석탄 회사들은 함박웃음

이들과 달리 석탄 기업은 큰 수익을 올렸다. 세계 최대 민간 석탄 기업인 피바디에너지는 지난해 4분기 5억1300만달러의 순이익을 보고해 1999년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연간 순이익도 3억6010만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2016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석탄 시장의 추락을 알렸던 미국 2위 석탄 생산업체 아크리소시스(옛 아크콜)도 지난해 3억달러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폴 랭 아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20년간 본 적 없는 (석탄) 가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는 내리막길을 걷던 석탄산업이 급반전한 해였다.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석탄 수요가 늘었다. 미국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발전소에서 사용된 석탄은 지난해 5억300만USt(쇼트톤·1USt=907.2㎏)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석탄을 사용한 전력 발전량이 증가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 발전소들이 석탄을 이용해 만들어 낸 전기도 1만350TWh로 2020년보다 9% 늘었다. 피바디의 석탄 공급 가격은 80~150% 급등했다. 피바디에너지의 주가는 1년 새 348% 뛰었다. 같은 기간 아크 주가도 136% 올랐다.

○“실적 역전 지속하진 않을 것”

풍력과 석탄 기업들의 표정을 바꾼 실적 역전 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장기적으로는 청정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풍력발전 기업들이 터빈 가격을 높여 원자재·물류 비용 부담을 덜고 있는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올해와 내년까진 풍력 기업의 이익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 공급망 영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미국과 중국 등이 신규 풍력발전 시설에 쏟아붓던 지원금을 없앴기 때문이다.

석탄 기업들의 ‘반짝 실적’은 1~2년 안에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문 닫는 화력발전소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미 에너지경제연구소는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92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전력기업인 듀크에너지와 조지아파워는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석탄 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