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62분간의 전화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논의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두 정상의 세 번째 통화에서도 특단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도 100분가량 통화하며 해결책을 모색했으나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들의 우크라이나 담판이 무위에 그친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를 향해 “전쟁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설전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사태 근본적 변화 없어”

미국과 러시아는 처음부터 기싸움을 벌였다. 이날 미·러 정상의 전화통화는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러시아는 14일 통화를 희망했지만 우크라이나 주변 상황이 급박한 만큼 미국 측은 12일로 시기를 앞당기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외교담당 보좌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란 미국의 히스테리 때문에 앞당겨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을 16일로 특정한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를 언급하며 “미국이 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양국 정상은 대화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심각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제기한 모든 주제를 다뤘다”며 “하지만 몇 주간 전개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브리핑을 통해 “미국 측에 러시아의 안보 보장안에 대한 생각을 전했지만 미국은 러시아의 주요 우려 사항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지만 큰 성과 없이 100분간의 통화를 마쳤다.

서로 갈등 책임 떠넘긴 미·러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찾기 위해 자작극을 기획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침공을 준비하는 막바지 단계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전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할 충분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격은 당장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샤코프 보좌관은 “러시아군의 영토 내 이동이 우크라이나 접경 이동으로 부풀려졌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미국의 정보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는 오히려 미국이 태평양 쪽 러시아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쿠릴열도의 우루프섬 인근 러시아 영해에서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탐지하고 해수면 위로 부상할 것을 요구했으나 해당 잠수함은 러시아 영해를 이탈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군 잠수함이 러시아 영해를 침범한 것과 관련해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의 무관을 초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를 전면 부정하며 미군 선박과 항공기 운항의 원칙을 강조했다. 카일 레인스 미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영해에서 미군이 작전을 수행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