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노동시장은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겪었다. 경기가 회복하면서 기업은 인력 모집에 나섰지만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직장을 떠나는 대규모 퇴사도 유행처럼 번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올 한 해 이어진 인력 미스매치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기이한 현상이라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미국 노동시장에서 빚어진 기현상을 10가지 경제지표를 통해 되짚었다. 작년만 해도 미국 사회에선 높은 실업률이 문제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4월에만 약 21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규모 실업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예측과 달리 기업의 채용 수요는 높아졌다. 최소 5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덕에 미국인들이 소비를 늘린 결과다. 기업들은 제품 및 서비스 공급을 늘리기 위해 부족한 인력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많은 미국인은 여전히 일터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현재 노동시장에는 2년 전보다 약 350만 명의 취업자가 줄었다. 노동시장 참여율 증가 속도가 이처럼 느린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WP는 전했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조기 은퇴자도 늘었다. 지난달 미국의 은퇴 인구는 약 511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주택 주식 등 자산 가치가 급등하며 노후 자금이 두둑해지자 조기 은퇴를 택했다.

인력 공백이 장기화하자 노동자들의 임금 협상력은 높아졌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하위 25%)의 중위 월급 상승률이 5.1%로 가장 높았다.

일터를 떠난 일부는 창업에 뛰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소프트웨어 업체 자피어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새롭게 등록된 사업체 수가 코로나19 이전보다 50% 늘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