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돌파감염, 가파른 확산세, 기존 변이와 연관없는 유전계통. 세계보건기구(WHO)가 위험한 변이로 지목한 오미크론의 특징이다.

28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다섯번째 '우려변이'다. WHO는 그동안 '관심변이'로 지정해 확산 상황을 살펴본 뒤 우려변이로 단계를 높였다. 이런 절차를 생략할 정도로 오미크론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돌파감염 사례가 속출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스라엘 정치 분석가 아리에 코블러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 오미크론 감염자 중 한명이 3차 접종자라고 전했다. 두 달 전 화이자 백신 부스터샷을 마친 32세 여성 환자다. 다른 감염자 중엔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에서도 두 명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벨기에 환자는 백신 미접종자다. 하지만 감염 양상이 다소 복잡하다. 남아공 등 오미크론 위험지역을 방문하지 않은데다 몸 속 바이러스 양이 상당히 많았다. 증상 발현 초기에 찾아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환자는 터키 이집트를 여행한 뒤 11일 만에 독감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 여행을 마친 지 열흘 넘게 지난 뒤 초기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벨기에에 이미 오미크론 변이가 퍼져 지역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미크론 환자가 가파르게 늘어난 곳은 남아공의 가우텡 지역이다. 이 지역의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한명이 전파하는 환자수)는 1.93으로 추정된다. 남아공 전체(1.47)보다 높다. 남아공에선 이 변이가 확인된 지 3주 만에 환자의 90%가 감염된 것으로 추산했다. 남아공 감염병대응센터(CERI)의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 센터장은 "확진자의 65%가 백신 미접종자"라며 "20~30대 젊은층의 병원 내원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개 바이러스는 전파력을 높이고 치사율은 낮추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오미크론도 전파력이 높지만 독성은 낮아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젤리크 쿠체 남아공 의사협회장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환자들이 심한 피로감을 호소했지만 증상이 가벼웠고 후각·미각 소실 증상도 없었다"며 "6세 어린이가 체온과 맥박이 상승하는 증상을 보였지만 곧 완화됐다"고 했다. 다만 남아공의 백신 접종률이 24%에 불과해 고령층 감염으로 확산되면 위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미크론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를 만드는 부분에 35개 넘는 변이가 집중됐다. 이중 수용체결합도메인(RBD)에서 확인된 것만 15개에 이른다. 이전에 유행한 베타와 델타 등은 RBD에서 확인된 변이가 3개였다.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나 자연감염으로 만들어진 면역장벽을 피해 세포를 재감염시킬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유전적으로도 기존 변이와 완전히 다른 이른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계통이다. 1년 넘게 오랜 복제 기간을 거쳐 이제서야 확인됐다는 의미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좋지 않은 아프리카에서 무증상 전파되다가 발견됐거나 장기 입원 환자 등의 몸 속에서 오랜 기간 복제되다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남아공 장기입원 환자 중 다수를 차지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환자를 통해 변이를 거듭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미크론은 WHO에서 지정한 13번째 위험 변이다. 그리스어 순번을 따르는 WHO 원칙에 따라 이 변이엔 '뉴(Nu)'라는 이름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WHO는 '뉴'와 '크시(Xi)'를 건너뛰고 15번째인 오미크론을 택했다.

텔레그래프의 폴 누키 의학담당 기자는 "WHO가 새로운 의미를 담은 '뉴(new)'와의 혼동을 피하고 특정 지역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Xi를 피했다"고 했다. 서구권에서 Xi는 시진핑 국가 주석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미 공화당 등에선 WHO가 중국을 의식해 이런 조치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