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은행나무 거리'인 도쿄 진구가이엔도오리는 늦가을을 만끽하려는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27일 오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은행나무 거리'인 도쿄 진구가이엔도오리는 늦가을을 만끽하려는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27일 오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은행나무 거리'인 도쿄 진구가이엔도오리는 늦가을을 만끽하려는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낮 최고 기온이 올들어 가장 쌀쌀한 11도까지 떨어지고, 강풍까지 불었지만 단풍놀이를 나온 시민들의 표정에서는 추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예외없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만 빼면 코로나19 이전과 차이가 없는 풍경이었다. 경찰들이 확성기로 "멈춰서서 사진을 찍지 마시고 계속 이동해주세요"라고 안내했지만 휴대폰에 늦가을 도쿄의 정취를 담아두려는 시민들은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경찰들이 확성기로 "멈춰서서 사진을 찍지 마시고 계속 이동해주세요"라고 안내했지만 휴대폰에 늦가을 도쿄의 정취를 담아두려는 시민들은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경찰들이 확성기로 "멈춰서서 사진을 찍지 마시고 계속 이동해주세요"라고 안내했지만 휴대폰에 늦가을 도쿄의 정취를 담아두려는 시민들은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아내와 함께 갓난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도요타씨(30대·도쿄)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코로나19에 걸릴까 불안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2차접종까지 마쳤고, 확진자수도 급감해 그다지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고급 쇼핑가인 긴자도 주말을 맞아 쇼핑을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긴자는 지난 9월30일 긴급사태가 해제된 이후 주말마다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보행자 천국 이벤트'를 재개했다.

이날 일본 5대 일간지 가운데 자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다룬 매체는 매주 토요일 고정란에 주간 상황을 전하는 마이니치신문이 유일했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로 주가가 급락했다는 뉴스를 제외하면 코로나19는 다른 나라의 얘기처럼 들리는 하루였다.
일본의 고급 쇼핑가인 긴자도 주말을 맞아 쇼핑을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일본의 고급 쇼핑가인 긴자도 주말을 맞아 쇼핑을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일본의 1일 확진자수는 지난 10월27일 310명을 나타낸 후 한달째 300명을 밑돌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일본 전역의 확진자수가 50명으로 작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도쿄와 오사카의 PCR(유전자증폭) 검사 대비 양성률은 0.3%와 0.2%를 유지했다.

도쿄의 밤거리도 일상을 되찾았다. 도쿄도는 지난달 25일부터 술집의 경우 저녁 8시까지였던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했다. 다음달 1일부터는 코로나19 경계수준을 '레벨2'에서 '레벨1'로 낮춘다. 5단계 가운데 확진자수가 '제로(0)'인 상황을 나타내는 '레벨0'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단계다.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손씻기 등 기본적인 감염방지 대책만 주의하면 일상생활과 교육, 사회경제활동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백신 접종증명서를 가진 시민들은 인원수 제한없이 도쿄도의 방역인증을 받은 음식점을 이용할 수 있다. 접종증명서가 없어도 8명까지는 회식이 가능하다.

전날 프로야구 일본시리즈 최종전이 치러진 효고현 홋토못토고베필드에는 1만5239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매웠다.

일본이 빠르게 일상을 되찾는데는 10대 백신접종률이 높다는 점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5월31일 백신접종 대상 연령을 16세 이상에서 12세 이상으로 낮췄다. 10대들의 10만명당 확진자수가 60~70대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신규 감염자 69.7%의 감염경로가 가정이라는 점도 접종연령을 낮춘 이유였다. 10대가 주요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반영했다.

문부과학성은 9월14일 일본 전역의 지방자치단체에 수험생의 신속한 접종을 요청했다. 내년 1월부터 일본의 대학교와 중고교가 일제히 입시시즌에 접어들면 10대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고령자 접종을 우선시하던 지자체도 10대 접종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그 결과 총리관저에 따르면 9월1일 1차가 14.2%, 2차는 5.6%였던 10대 접종률이 지난 22일 1차 73.8%, 2차 68.7%로 급등했다.

일본에서도 10대들의 백신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다. 하지만 교육시설의 집단감염 사례가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올 1월까지만 해도 7.4%였던 교육시설의 집단발병 비율이 8월들어 17.9%까지 높아졌다. 일본 정부가 작년 5월 전국 공립학교들에 일시적인 휴교 조치를 내린 이후 일본은 대부분의 어린이집과 학교가 정상운영되고 있다.

일본 정부도 10대 대상 백신을 화이자로 제한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화이자 접종자 가운데 발열 등 부작용이 나타난 비율은 13.6%(2차 기준)로 80%를 넘은 모더나보다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12월1일부터 일본은 3차 백신접종도 시작한다. 일찌감치 화이자와 모더나만으로도 전 국민이 접종 가능한 백신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들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