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긴장 속에서 첫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화상으로 진행된 회담은 미국시간 15일 오후 7시46분께, 중국시간으로 16일 오전 8시46분께 시작됐다.

양 정상은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두 차례 전화 통화를 가졌지만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간 경쟁과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두 정상이 회담을 나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바이든 미소, 시진핑 시종일관 무표정

양 정상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두 개의 대형 스크린이 있는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 앉아있던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화상으로 연결되자 오른손을 들어 인사한 뒤 "다음번에는 우리가 중국을 여행할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 부통령 시절부터 수년에 걸쳐 서로 이야기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보냈다"고 돌이켰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 방중 일정 등을 통해 시 주석과 친분을 쌓았고 시 주석으로부터 '오랜 친구'라는 말도 들은 바 있다.

루즈벨트룸은 대통령 집무실 오벌 오피스의 바로 옆에 위치한 회의실로 주요 회의와 회담, 기자회견 등이 열리는 장소다. 지난 4월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 등이 이곳에서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테이블 상석에 앉고 테이블 주변으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커트 캠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등 참모진이 배석했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바이든을 맞이한 시진핑 주석도 화해하는 어조를 보이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을 "나의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드러내며 웃은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은 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중국 측에서는 시 주석 외에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류허 국무원 부총리,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이 배석했는데 인민대회당에 긴 테이블을 설치해 딱딱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두 정상은 회담 시작 직후 모두발언에서 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뼈 있는 말을 주고 받으며 이내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로서의 책임은 양국 관계가 공개적인 충돌로 바뀌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에겐 상식의 가드레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에 대한 책임이 있다"라며 "모든 나라가 같은 '도로의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아울러 "우리는 인권과 경제적 문제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까지 우리가 관심을 가진 영역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은 인도·태평양을 주 무대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인권은 신장 및 홍콩, 대만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의제와 연결된다.

시 주석은 그러자 "중국과 미국은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협력해서 윈윈해야 한다", "중·미가 각각 발전을 촉진하고 평화롭고 안정적인 국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며 상호 존중을 역설하며 미국의 간섭과 개입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화상 회담 공개 발언은 통역을 포함해 약 10여 분 정도 진행됐다.

바이든 "대만해협 평화 유지 희망"…시진핑 "오직 '하나의 중국' 뿐"

이후 진행된 비공개 회담에선 보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양국 정상은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총 194분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백악관과 중국 관영 신화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시행해왔고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의 현상 변경엔 반대한다"며 "대만해협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의 성의와 최선을 다해 평화통일의 비전을 이루려 하겠지만 만약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심지어 레드라인을 돌파하면 우리는 부득불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의 진정한 현상과 '하나의 중국' 원칙의 핵심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문제의 현상 변경, 즉 무력에 의한 통일을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시 주석은 대만 측의 태도에 따라 무력 통일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의 체제 전환을 추구하지 않으며 동맹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을 반대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중국과 충돌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새로운 시기에 중미는 공존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며 "첫번째는 상호 존중, 두번째는 평화 공존, 세번째는 협력 및 상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구는 중미가 함께 발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며 "제로섬 게임을 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무역 문제와 관련 시 주석은 "중미 경제무역의 본질은 상호 공영"이라며 "기업가는 비즈니스 얘기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양국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은 국가안보 개념의 남용과 확대, 그리고 중국 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이라며 "기후변화 대응과 민생 보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과 미국은 바다에서 항행하는 거선 2대"라며 "풍랑 속에 같이 나아가기 위해 양국은 키를 꼭 잡고 항로 이탈이나 실속(속도 상실), 충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