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 뉴욕 시민들이 고물가에 시위를 벌이는 모습. 출처=Getty image
1970년대 미국 뉴욕 시민들이 고물가에 시위를 벌이는 모습. 출처=Getty image
치솟는 물가로 인해 내년도 실질금리가 50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탓에 세계 각국의 내년도 실질금리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실질금리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이자율을 의미한다.

즉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것으로, 대출자들에게 실제 부담으로 작용하는 자금조달 비용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 투자자는 실질금리에 예상 인플레이션을 더한 만큼의 이자율을 받으려는 경향을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로존, 영국에서 물가가 계속 상승한다는 것은 실질금리가 점점 더 마이너스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엘레나 더거 전무이사는 "향후 몇년 간 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명목이자율이 0에 가깝고, 인플레이션이 5% 이상이다. 실질금리는 -5.3% 가량으로 추산된다. 영국의 경우 -3.0%, 독일은 -4.6%로 산출된다.

FT는 "선진국들의 실질금리가 1980년대 약 6%에서 꾸준히 하락해 0에 수렴하고 있다"면서 "이는 매우 경기부양적(stimulative) 이자율"이라고 분석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였던 것은 1970년대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유가 전쟁 등으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실질금리가 다소간 하락세를 기록했었다.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 신용기관 율러에르메스 그룹의 글로벌경제연구 책임자인 아나 보아타는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융자 조건을 완화적으로 유지하고 부채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 가능하게 만드는 만큼 '신용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