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의원 대표단 대만 방문은 대만관계법 부합"
美의원들 대만 방문날, 中 군용기 6대 대만 방공식별구역 진입
미국 의회 의원들이 미군 수송기를 타고 대만에 도착한 9일(현지시간) 중국 군용기 6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무력 시위를 벌였다.

대만 국방부는 전날 밤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낮 중국군 J-16 전투기 4대, Y-8 대잠기 1대, Y-8 기술정찰기 1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와 초계기 파견, 무선 퇴거 요구, 방공 미사일 추적 등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상·하원 의원 6명을 포함한 미 의회 대표단이 9일 오후 6시 17분 미군 C-40 '클리퍼' 수송기 편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이에 중국 국방부는 탄커페이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고 "난폭한 내정간섭"이자 "대만해협과 지역의 평화·안정을 엄중하게 위협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병력을 조직해 대만해협 방향으로 합동 전시대비 경계 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자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이 미국과 대만의 비공식 협력 관계를 규정한 대만관계법에 부합한 조처라고 반박했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따르면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매우 정상적인 것으로서 올해 이미 두 차례나 있어 드문 것도 아니다"며 "이는 정상적 상황으로서 미국의 대만관계법상의 의무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원들이 이번에 군 수송기를 타고 대만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회 방문단이 미 군용기를 타고 해외 방문을 하는 것은 관례"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대만 정부 측은 미 의원들의 대만 도착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등 방문 행사를 전체적으로 '로키(Low-key)'로 진행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이번 활동이 대만 측의 정식 초청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 대만 미국 공관인 미국재대만협회(AIT) 차원에서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역시 공개 성명을 통해 강하게 반발하기는 했지만 과거 미국의 주요 전·현직 관리나 의원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할 때처럼 무력 시위 강도를 크게 높이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사전에 계획이 알려지지 않은 미국 의원들의 이번 대만 '깜짝 방문'은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하는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 전회)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서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 의회 대표단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고 자유시보(自由時報)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