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치열한 소형 주택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1인 가구 수는 1980년 1820만 가구에서 2020년 3610만 가구로 증가했다. 1인 가구 가운데 19%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19%는 X세대(1965~1980년생)로 분류된다. 39%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3%는 Z세대(2000년대 출생)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다수의 1인 가구가 주택 구매를 희망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1인 가구는 주택 마련 자금을 홀로 마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렴한 주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선택의 폭은 넓지 않은 상황이라고 WSJ는 전했다. 미국의 국책 모기지 보증 기관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1400제곱피트(130㎡) 수준의 보급형 주택 공급은 지난 50년 중 최저 수준이다.

주택 구매에 나선 젊은층이 증가하는 가운데 고령인 1인 가구도 집의 크기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택 공급 부족은 더 심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렌 키퍼 프레디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이혼이나 배우자의 사망, 별거로 인해 1인가구가 됐다"며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소형 주택의 신규 공급이 많지 않아서 노후화한 기존 주택을 놓고 치열한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주택을 소유하기 위해 중대한 삶의 변화를 겪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거주하는 34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조나단 모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모건은 침실이 2개인 아파트를 임대해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 오스틴에서는 집을 사지 못할 것 같다"며 "집값이 싼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로 이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그랜드래피즈와 와이오밍 대도시의 주택 가격 중간값은 27만8300달러(약 3억2700만원)다. 오스틴과 라운드락 일대의 주택 가격 중간값은 51만5100(약 6억500만원)달러다.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주택 구매 가격의 중간값은 26만5000달러였다. NAR은 지난달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을 35만2800달러로 집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