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적자' 우버, 910억달러 기업가치 지켜낼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가 지지해주던 성장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미국 차량공유서비스 회사 우버(UBER)에 대한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가다. 우버가 파괴적 혁신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저가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런 미래가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통 규제에서 벗어난 사업모델이라는 공격이 계속되는데다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은 블명예 퇴진했다. 운전기사들과의 마찰도 계속되고 있다. 파괴적 혁신에 대한 자본시장의 신뢰가 점차 사라지면서 우버 스스로 기업 가치를 증명해야할 중요한 전환점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가치 911억달러, 여전히 영업손실

18일 기준 우버의 기업가치는 911억달러(약 108조원)에 이른다. 시가총액기준 미 상위 100위권에 드는 기업이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우버의 매출은 39억2900만달러, 영업손실은 11억8800만달러였다.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달 말 에비타(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의 영업 이익) 전망치를 상향조정한 뒤 주가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조정된 수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초저가'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버 플랫폼 사용자는 매달 1억명을 넘는다. 고급 차량공유 서비스로 시작한 우버는 화물, 음식, 식료품 배달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런 플랫폼 비지니스의 강점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다.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에선 리프트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음식 배달앱은 도어대시와 경쟁중이다.

우버는 유료로 소비자와 판매자 간 거래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이다. 이론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기업이 직접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데다 운전자를 직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비정규 프리랜서에 기대고 있는는 긱 이코노미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든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올해 4월 우버는 운전 기사를 모집하기 위해 인센티브로만 2억5000만달러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우버의 저가 정책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구인난·경쟁 심화에 저가 정책 딜레마

경쟁자가 많은 차량공유와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저가 정책은 강력한 무기다. 가격이 높으면 고객들이 떠난다. 지나치게 낮으면 운전기사를 모으는 게 어려워진다. 둘 사이에서 수수료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게 우버가 당면한 가장 큰 숙제다. 가격 정책 딜레마다.

긱 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우버에는 부담이다. 미국 일부 주정부는 긱 노동자를 정규 직원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우버는 노동자들의 지위가 바뀌면 가격을 두배 정도 인상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하면서 우버 승객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눈의 띄게 올랐다. 5년 전 영국 런던에서 우버 승차 비용는 비슷한 사양의 택시보다 33% 정도 저렴했지만 최근엔 거의 비슷해졌다.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승객이 함께 타는 '풀' 옵션이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단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승차 공유 서비스가 내리막을 걷던 시기에 우버를 지탱한 것은 배달 서비스다. 지난해엔 배달 서비스 매출이 차량 공유 서비스 매출을 넘어섰다. 주류배달 서비스앱 드리즐리, 음식 배달회사 포스트메이츠 등을 인수하면서 우버는 배달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배달 서비스 시장은 수익성이 걸림돌이다.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주문 수수료를 높이거나 여러 주문을 한번에 배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시간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식당들은 배달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토로하고 있다.

과거엔 배달 수수료가 음식값의 30%에 이를 정도로 높았지만 최근엔 점차 낮아지고 있다.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최대 15% 까지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뉴욕의 배달 수수료 상한선은 23%다.

운전자가 부족해 이들을 채용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지만, 수수료를 마음껏 높여 받을 수 없다. 이런 시장 구조가 내년 우버의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FT는 전망했다.

"욕심 버리고 안정 택한 승부수 통할까" 관심

우버 창업자인 칼라닉이 2017년 회사를 떠난 뒤 우버에 대한 이미지는 바뀌고 있다. FT는 무자비한 기업문화를 가진 스타트업이었던 우버가 코스로샤히 CEO 취임 후 냉철한 주식회사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기업 문화가 한단계 성숙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코스로샤히 CEO가 우버의 모든 문제를 없앤 것은 아니다. 우버의 긱 노동자 정책에 대한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에서 회복된 뒤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 인건비가 올라간 것도 우버에는 악재다. 다만 내년까지는 우버의 에비타에 이런 노동 환경 영향이 덜 반영될 것으로 FT는 예상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우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우버는 코로나19 확산 후 에어택시용 항공기와 자율주행 사업부 등을 매각했다. 직원도 25% 가까이 감축했다. 불확실한 욕심을 버리고 안정을 택한 것이다.

이런 변화에도 자율주행차량은 여전히 우버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남았다는 평가다.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지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