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후 방역 활동을 펼치는 의료진/사진=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후 방역 활동을 펼치는 의료진/사진=연합뉴스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원인불명 폐렴으로 처음 보고하기 두 달 전인 2019년 10월,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주 방송사 Sky News Australia와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Fox Nation이 지난 20일(현지시간) 공개한 다큐멘터리 '우한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What really Happened in Wuhan)에서 중국 인권운동가 웨이징성은 "2019년 10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위해 모인 9000여 명의 선수들 중 일부가 원인불명의 질병에 걸린 건 우연이 아니다"며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확산시킨 첫 번째 슈퍼전파자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웨이징성은 베이징 외곽 친청감옥 인권문제를 폭로한 '20세기 바스티유 감옥'의 저자다. 10여 년 수감 끝에 1997년 미국으로 추방됐지만 중국 민주화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웨이징성은 베이징 고위급 소식통의 말을 빌려 "중국 정부가 세계군인체육대회 기간 '비정상적인 훈련'을 실시됐다고 한다"며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확산시킨 첫 번째 수퍼전파자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군인이 참가하는 스포츠 축제다. 2년 전 중국 우한에서 진행된 세계군인축제에는 약 90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Sky News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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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징성은 "중국 당국이 '이상한 생물학 무기'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많은 외국인이 모이는 세계군인체육대회 기간을 바이러스를 확산 실험 기회로 여겼을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실제로 이 대회에 참가했던 미국, 독일, 프랑스 선수들 중 원인불명 질병에 감염된 사례가 나왔다.

이 대회 참가 후 몸 상태가 나빠졌던 프랑스 선수 엘로디 클루벨은 최근 의료진으로부터 당시 코로나19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클루벨은 프랑스 RTL방송에 "우리 모두 같은 증상을 겪었다"며 "최근 군 의료진으로부터 '당신들 이후 많은 사람이 병에 걸렸기 때문에 당신들이 코로나19에 걸렸던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

웨이징성은 당시 미국 정보기관에서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당시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비롯해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 '신종 사스 바이러스'가 돌고 있다는 말들이 나왔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웨이징성은 "2019년 11월 22일 미 CIA 등 정보기관 관계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중국에서 새롭고 위험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며 "모두 비슷한 증상을 이야기한다는 점, 감염 사례자가 모두 우한에서 왔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우한에 바이러스가 있는 것 같다고 조사의 필요성을 전했다"고 말했다.
/사진=Sky News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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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함께 자리한 중국 인권운동가 디몬 리우도 중국 당국의 정보 은폐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이를 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웨이징성은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상황의 심각성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웨이징성은 "당시 그들은 나만큼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한 국가의 정부가 바이러스를 은폐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코로나19 첫 감염사례를 발표한 건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19년 12월 31일이었다. 이후 2020년 1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감염이 확산하자 WHO는 2020년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달에도 웨이징성과 비슷한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맥컬 의원은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공화당 자체 보고서를 공개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2019년 8월 말에서 9월 초쯤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으며, 중국이 이를 은폐했다"고 전했다.

중국 과학자들이 코로나19 발생 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는 폭로도 나왔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만든 웹 기반 조사팀 드래스틱(Drastic)이 공개한 문서에서 "중국 우한연구소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발생하기 18개월 전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키메라 스파이크 단백질'을 포함한 피부 침투 나노입자를 윈난성의 동굴 박쥐에 전파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인간을 더 쉽게 감염시킬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강화된 키메라 바이러스를 만들 계획을 세운 뒤 미국 국방성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 연구비 1400만 달러(160여억 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DARPA는 "제안한 과제는 지역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 명백하다"는 등 이유로 연구자금 지원을 거절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생과 기원 의혹에 꾸준히 부인해왔다. 우한연구실 기원설에도 "미국이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 1명인 맛제 베나시가 이번 코로나19 사태 '0번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네티즌들과 전문가들은 우한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국 군인 대표단의 감염 및 건강 정보를 미군이 공개해야 한다는 촉구가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WHO에 "코로나19 기원을 확인하려면 미군 포트 데트릭 육군 전염병 의학연구실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바이러스 실험실을 조사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