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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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커피 재배지형을 바꾸고 있다. 커피 최대 원산지인 브라질이 기록적 가뭄에 시달리며 생산량이 감소한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선 기온이 상승하면서 커피를 재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기후변화는 많은 지역의 농작물에 악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다른 지역의 재배 가능성을 열고 있다"며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커피 농사를 시작한 농부의 사례를 소개했다.

데이비드 암스트롱은 최근 2만 그루의 커피 나무를 심었다. 1865년부터 조상 대대로 농작물을 재배해온 암스트롱 일가가 커피 나무를 키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열대 작물인 커피가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랄 환경이 됐다는 뜻이다.

미국은 주요 커피 소비국 중 하나다. 하지만 원두 생산량은 미미하다. 전세계 원두 생산량 가운데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01%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열대 기후에 속한 하와이에서 재배되는 것이 전부다. 최근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커피 재배에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캘리포니아 농부들도 커피를 재배하고 나섰다.

커피나무가 비교적 물을 적게 필요로 한다는 점도 캘리포니아 기후와 들어맞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커피나무는 다른 과일나무에 비해 물 소비량이 20% 적다. 이때문에 가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캘리포니아 농부들이 적은 물 공급에도 버티는 커피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주도 커피 재배 후보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플로리다주의 평균 기온은 28.3도로 브라질 바르지냐 지역에서 가장 더운 달의 평균 기온(22.1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르지냐 지역은 브라질의 최대 커피 생산지다.

플로리다주에선 커피 재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도 시작됐다. 아라비카 품종 커피나무를 심고 겨울에도 커피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살펴보는 것이다. 플로리다대의 다이앤 로우랜드 수석 연구원은 "커피나무 생존 여부를 측정하는 첫 시험"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올여름 브라질은 9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서리까지 겹치면서 커피나무 약 10%가 피해를 입었다. 올해는 물론 내년 커피 생산량도 타격을 입었다.

로우랜드 수석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기온이 과도하게 오르면서 많은 지역이 커피를 재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플로리다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